전통명절인 설과 일곱가지색의 여성용 요일팬티.

아무리 생각해도 서로 걸맞지 않는다.

오존바스와 같은 목욕용품이나 향수도 설과는 무관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우는 다르나 하얀 도자기와 어리굴젖도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설선물 코너에서는 요일팬티, 오존바스,
도자기용기의 어리굴젖 등과 같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들 이색상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통념의 파괴"라고나 할까.

올해 설 선물시장에는 전에없이 파격적이 상품이 특히 많이 등장했다.

설선물시장이 한과 갈비 술 굴비 등과 같은 전통상품 중심에서 벗어나
점차 다양화하고 있는 것.

백화점등도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신세대를 유인할 수있는 상품이나
고객의 시선을 끌 수있는 특이한 상품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이색상품은 실제로 판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 상품매입부의 이승익숙녀의류바이어는 "요일팬티 판매량이
설을 앞두고 네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예전 같으면 설선물로 생각하기조차 힘들었던 것들이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어느덧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목욕용품도 마찬가지.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오존바스(2만8천2백원)의 경우 백화점매장에서
하루 한두세트 팔리는게 고작이었으나 설을 앞두고 하루 15세트 정도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주위사람에게 향기를 느끼게 하는 향수는 이미 젊은층에서 인기설상품으로
완전히 정착된 상품.

신세대패션점인 메트로미도파는 이번 설을 앞두고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3만4천~6만원대의 향수제품을 선물로 꾸민 코너를 마련했다.

요일팬티와 오존바스가 신세대를 겨냥한 상품이라면 도자기용기의
어리굴젖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기 위한 전략상품.

"대부분 고객들이 처음 볼때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나 특이함
에 이끌려 사가는 사람이 많다"고 경방필의 담당자는 말했다.

직접 사지는 않더라고 도자기용기의 어리굴젖을 보기위해 들르는 고객들이
많아 다른부문의 판매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선보인 북한산 송화가루도 마찬가지다.

북한산 송화가루는 5백g에 25만원하는 고가상품.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품이지만 이 상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적지 않은 고객유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설이 졸업시즌과 가까워서 그런지 자녀용으로 많이 나가는 전자수첩
지갑벨트세트 미니카세트 등 선물코너에 많이 등장한 것도 전과는 다른
현상.

포켓사이즈에 계산 영한사전 영영사전 기능등이 들어 있는 가비앙딕
(15만원), 캘린더와 전화번호부 기능이 추가된 샤프(15만8천원) 전자수첩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아동용으로는 영어알파벳 숫자 셈블럭 소꿉놀이세트등으로 꾸며진
EQ종합학습세트(10만원)와 삼성슈퍼알라딘보이 (15만4천원) 현대슈퍼컴보이
(18만9천원)등이 나와있다.

전통명절인 설 상품이 이처럼 이처럼 다양해지는 것은 설선물이 그만큼
개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신헌판촉부장은 "예전에는 가족단위로 명절선물을 주다 보니
함께 즐길수 있는 식품류가 주종을 이루었으나 최근들어 개인간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세대별 또는 개인별 취향에 맞추어 선물을 준비하다보니 그만큼 다양해질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현승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