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제에 대한 우려와 걱정속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매일같이 수출부진주가하락 환율급등 등 악재가 되풀이됐었다.

새해벽두도 그리 밝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무역수지적자폭확대 노동법개정과 이에 따른 총파업사태 등 일련의 사건들
은 우리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적대는 해외여행자들, 외제승용차 급증, 호화
외제소비재 수입확대 등은 우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한쪽에선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다른 한쪽에선
흥청망청 과소비를 일삼는 모순되고 2원화된 사회구조속에서 오늘을 살아
가고 있다.

정부도 한때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노래하다가 이제야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야단이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경기하강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게 정부의
공식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경쟁력 10%이상 높이기
운동 추진을 발표하는등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자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야 법석이라고 탓할수도 있지만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전가할 때는 아니다.

현재의 국가경제사정이 누구만을 나무라기엔 너무나 어렵고 절박하기 때문
이다.

그렇다고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거시적으로는 경제구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한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금이 구조개선을 위한 적절한 시기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결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의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의 실천은 그리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물 절약이 그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먹다 버린 음식물이 돈으로 계산할때 연간 1백억달러(한화
약 8조5천억원)로 지난해 무역수지적자의 절반에 가깝다.

경상수지적자 2백억달러 초과라는, 한국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가고
있는 무역역조현상은 이같은 작은 실천으로 해결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과거처럼 석유파동이나 국제고금리 현상등 대외여건의
불리한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병폐가 누적되어온 결과라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즉 오늘의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불황 물가불안 국제수지적자의
3중고도 우리 자신이 자초한 일이기에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 또한
우리 스스로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자신 스스로 호화 외제사치품과 무분별한 외국농산물 수입을 절제
하고 절약을 통해 물가불안과 외화낭비를 줄일 때다.

가정이나 직장,음식점에서 스스로 먹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조그만 일부터
몸소 실천할때 국가경제에 스스로 기여하는 애국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워 절약을 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지금 우리가 조금 살기 좋아졌다고 과거를 까맣게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스스로 절약하고 땀흘리지 않고는 침체하는 오늘의 우리경제를
결코 살려갈수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잃어버리고 잊혀져 가는 절약의 미덕을 범국민운동으로
전개해 나갈 때다.

우리 조상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허리띠를 졸라맸었다.

기근이 들거나 홍수가 났을때 또는 나라 전체가 외적의 침입을 당했을때
동네 전체가, 나라 전체가 나섰었다.

현재 우리의 여건은 온 국민이 나설 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사치외제품 안쓰기등 작은 일에서부터 근검절약을
실천해 제2의 기적을 이뤄낼 기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