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동서양 문화는 닮은 데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양국 문화중에 닮은 구석도 있다.

새해 맞이 풍속에서도 이 점이 느껴진다.

미국에서 내가 어렸을적 우리 집안사람들은 모두 차로 2시간 거리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휴일이나 추수감사절에는 온가족이 할아버지집에 모여
축하하고 선물을 주고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명절때 고향을 찾는 것과 같다.

그런데 양력설에는 한국사람들은 대개 설날이나 추석처럼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새해 첫날은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보다 의미가 적다.

한국인들이 양력설에 처가식구를 찾거나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듯
미국에서도 이때에는 비교적 가까이 있는 소단위의 친척 친지를 만난다.

물론 미국인들은 한국사람처럼 극진히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를 갖추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말 연시에 어른을 중심으로 가족이 모여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다름없다.

연초가 되면 미국사람들은 다음 1년간 더욱 자신을 계발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담배와 술을 끊고 살을 빼고 운동하고 책도 많이 읽겠다고.

이런 다짐을 적어 두는 것은 마치 당연한 일처럼 돼있다.

그러나 대개 이런 다짐들은 1주일안에 깨지고 만다.

한국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다음 1년을 보다 유익하게 보내겠다는 이들의 결심 역시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을까.

새해 아침 우리들은 올해가 우리 가족들에게 보다 좋은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고 우리의 결심이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마찬가지다.

삶은 그런 것이다.

( C''est la vie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