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은 우리에게 맡겨라"

자동차 디자인만 전담하는 독립 스튜디오가 자동차 디자인계의 "무서운
아이"로 떠오르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진행중인 신차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디자인부문을
전담하는가 하면 아예 독자적으로 차량을 제작해 선보이기까지 하고 있는
것.

디자인 스튜디오란 기존 완성차업체로부터 디자인분야의 용역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거나 독자적으로 디자인한 모델을 제작, 소규모로 양산하는
업체를 말한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이끄는 이탈리아의 수많은 카로체리아들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디자인 전문 스튜디오로는 프로토
디자인 마노 IDN 아트테크 등 4곳.

이들 업체는 아직까지 완성차업체로부터 디자인을 건네받아 모델링을
하거나 차량을 시험제작하는 수준이지만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중 선두주자는 프로토 디자인(대표 김한철).

지난 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독자적인 제작 스튜디오를 갖추고 이미 몇몇
양산차의 시험 제작에 성공한바 있다.

특히 우수한 인력과 설계 디자인 제작 충돌실험 등이 모두 가능한 설비까
지 갖춰 독립 디자인업체로선 처음으로 기업부설 디자인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 91년 설립된 마노(대표 유숭만)는 디자인 사업부외에 모델링 사업부
엔지니어링 사업부 등 자동차 디자인에 필수적인 3박자를 고루 갖춘 종합적
인 디자인 컨설팅 업체.

그동안 완성차의 디자인개발과 모델링 등에 참여했고 자체제작한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산업디자인 개발회사인 IDN(대표 주송)은 자동차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
한 제품 디자인 개발도 함께 맡고 있다.

지금은 오는 4월 열릴 서울모터쇼에 독자개발한 쇼카를 출품하기 위해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 전문업체를 표방하는 아트테크(대표 윤대열)는 순수 아마
추어들의 모임.

그런만큼 아직 자체 제작한 모델을 선보이기에는 이르지만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 양성소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국내에서 이들 업체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최근들어서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그동안 디자인 개발을 대부분 선진 외국업체들에
맡기거나 자체 디자인팀을 통해 해결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의 기술이 향상되면서 이들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들 업체의 수준이 아직은 완성 단계는 아니다.

기술 축적이나 전문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프로토 디자인의 김한철대표는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자동차생산국이면서도
아직까지 제대로된 독자 디자인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완성차 메이커를
측면에서 지원해주는 수많은 디자인 전문업체들이 나와야 디자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그러기위해선 무엇보다 완성차업체들의 소규모 디자인 전문업체
들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