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다 백두산표를 안 팔아
나만 미쳤다고 쑥떡인다
과연 누가 미쳤나
흑발이 백발이 되도록
귀향표를 살려는 놈이 미쳤나
기어이 못 팔게 하는 놈이 미쳤나
그럼, 나는 간다
미풍 같은 요통엔 뻔질나게 병원을 드나들어도
조국의 허리통엔 반백년동안 줄곧 칼질만 해대는
저놈을 메다꼰지고
걸어서라도 날아서라도
내 고향이 옛날처럼 날 알아보게시리
하얀 머리는 까맣게 물들이고
얼굴 주름은 펴고
아리고 찢어지는 가슴 쓰다듬으며 나는 간다
걸어서라도 날아서라도

시집 "별꿈"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