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경제는 저성장 고물가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의 7%에서 6.4%로,
경상수지적자는 올해의 219억달러(추정)에서 155억달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전년말대비)의 4.5%에서 4.7%로 내다봤다.

한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회원국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성장률은 6.5%,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200억원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KDI와 OECD의 경제전망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규모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어떤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정책수단을 어떻게 쓸 것이냐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달라질수
있다.

경상수지 물가 경제성장은 각기 독립변수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한다 해도 KDI는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OECD 또는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나 단체들보다 작게 잡고 있다.

KDI가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점때문에 KDI 전망은 다분히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희망사항적 성격도 있다고 할수 있다.

전망이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하는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전망의 근거, 전망에 따른 정책방향이나 구체적으로 동원할 정책수단
등이 제시될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KDI 진단에서 주목을 끄는 대목은 내년 중반이 경기 저점이지만
적극적인 대처없이는 불황이 장기화할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경기가 침체에서벗어나려면 수출이 활력을 되찾고 설비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수출이 활력을 되찾을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설비투자는 내년 상반기에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연간으로는
0.2%에 머물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동원할수 있는 정책수단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출증가는 고비용-저효율체제의 극복,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경쟁력강화에서만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기업의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발목을 묶고 있는 규제가 여전히 많다는 것은 더이상 지적하거나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 아닌가.

능률협회가 조사한 최고 경영자들이 본 내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대통령선거가 기업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대목은 여러가지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경제가 어렵고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면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몇가지 정책수단을 동원한다 해서 경기가 활력을 되찾을 수는 없다.

물가불안을 없애려면 긴축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고통이 따른다.

경기를 부추기려면 신축적 통화운용도 필요하다.

물가와 경기가 서로 맞물려 있다.

긴축에는 고통이 따른다.

구조개선 체질개선에도 고통이 따르고 시간도 필요하다.

정부가 경제운영방향에 대한 명확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성급한 경기회복을 노리는 것은 바라직하지 않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모두 경제주체가 허리띠 졸라매고 체질을
개선하도록 정책을 운영할수 있는가, 국민과 기업이 믿고 따를수 있는
정책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펼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