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보통신이 장비생산보다는 기술.마케팅전문회사로 변신한다는 내용의
장기경영전략을 마련한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통신장비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함께 장비생산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껴 기술및 영업에 전력투구
함으로써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장호사장은 "세계통신장비시장에서는 메이저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며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고 말해 이같은 분석을 입증했다.

국내 통신장비시장이 개방된데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세계적인 통신
장비업체와 경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세계최고수준의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해석이다.

국내시장은 지난92년 미국에 이어 내년부터 유럽에 개방되고 일본업체에도
조만간 문을 열어줄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가 국설교환기시장의 20%선을 차지하면서 한국시장을
급속히 잠식한 사례에 비춰볼때 유럽및 일본업체들이 가세할 경우 국내업체
가 설 땅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LG의 변신전략은 그동안 해외사업을 펼쳐오는 과정에서 기술과 마케팅능력
향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도 큰 요인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국설교환기(TDX)의 경우 대량 수출은 하고있지만 기술면에서
세계선진업체에 다소 처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특히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장비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했다는 강점
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조직의 열세로 아직까지 해외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못올리고 있는 점이 이같은 변신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내부적인 환경변화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개인휴대통신(PCS)사업권을 획득, 통신서비스사업에 진출하면서 장비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

LG텔레콤과 경쟁관계에 있는 PCS업체들이 LG정보통신의 PCS장비 구매를
꺼리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 한국통신프리텔은 LG에는 입찰참여자격조차 주지 않아 장비공급기회를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통신서비스업 진출이 장비생산사업에는 오히려 마이너스요인이 된 셈이다.

이와함께 급격한 기술발전도 한 몫을 한것으로 밝혀졌다.

통신장비분야의 기술발전속도가 워낙 빨라 경쟁업체에 조금만 뒤처져도
장비판매의 길이 막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장비생산보다는 기술력
향상에 주력해야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LG는 이번 결정에 따라 우선 손쉬운 부분부터 생산을 넘겨줄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보드나 유니트단위로 생산을 위탁, 이를 납품받아 테스트한뒤
조립해 제품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2000년쯤부터는 2단계로 사설교환기등 상대적으로 초보단계의 제품생산도
넘겨줄 계획이다.

협력기업은 기본적으로 기술전수등을 통해 육성하고 필요시 참여업체를
공개모집하기로 했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