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6일 노무담당임원회의를 통해 강경 대응방침을 결의한 것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노동계의 파업 움직임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풀이된다.

노총과 민노총이 전국 단위조합에서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하면서 벌이고
있는 "노동법개정 저지 투쟁"에 사용자들도 일관된 논리와 조직력으로 정면
으로 부딪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날 회의석상에서 대응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소책자를 배포하고
이를 곧바로 4천여 사업장에 하달키로 하는등 발빠른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동안 사용자들은 노사문제가 돌출될 경우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
하거나 근로자의 자중을 요청하는 선에서 성명서 채택등의 대응을 해온게
상례였기 때문이다.

또 인력대체등 이제까지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초특급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점에서도 사용자들의 정면 대응의지는 높아보인다.

인력대체는 파업시 근로자들이 작업장을 이탈하면 다른 노동력을 이용
하겠다는 것으로 파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최대의 무기로 꼽히는 조치.

공장자체를 멈추는 직장폐쇄와는 달리 사용자들이 손해 보지 않고 노동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이다.

노동계의 반발에 무관하게 불법파업만을 막아 보겠다는 사용자들의 의지가
바로 이 조치에 담겨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노무담당임원들은 만약에 총파업이 발생해 노동계가 파업 태업 피켓팅
직장점거 철야농성 등을 벌일 경우 그에 상응하는 민사상 손해보상과 형사상
고발조치등 "필요한 조치"를 총동원키로 했다.

한마디로 불법파업에 대한 전술 및 전략을 총동원한게 이날 채택한 경영계
의 지침인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모그룹 관계자는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것도
기업이 가장 바쁜 12월에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기업으로선 큰 손해"라며
"다소 마찰이 있더라도 생산차질과 그로 인한 영업손실을 막기 위해선
초강경조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초강경조치를 결의했다고는 하지만 노무담당임원들의 이날 결의는 노동법
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달라진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3금허용반대"등 그동안 사용자들의 회의에서 나온 고정
메뉴가 사라진 것으로 보면 그렇다.

즉 노사문제 실무자들인 노무담당임원들 사이엔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노사관계의 긴장 국면이 장기화될 수록 경영계가 손해본다는 정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선 "노동계가 노동법개정 문제를 내년으로 넘겨 임금 및
단체협상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그럴 경우 내년도 노사관계는
연초부터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노무담당임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니까 이날 회의는 <>불법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분규장기화에
따른 노사관계악화를 동시에 막아보겠다는 사용자들의 강한 의지를 다진
회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