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 간부들은 요즘 도무지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외부에 연수및 파견을 나갔던 일부 고참국장들이 본부 입성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오는 12월 초.중순께 단행될 정기인사가 대폭이 될수 밖에 없기 때문
이다.

특히 한승수 부총리가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인사를 하겠다고 여러차례
말한바 있어 인사규모가 단순히 후임자 교체 수준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경원에서는 정동수 연원영 변양균 박종원국장이 이달중 1년간의 중앙
공무원연수원및 국방대학원 연수가 끝난다.

러시아 재경관으로 5년간 지낸뒤 최근 귀국, 이사관으로 승진한 박상조
국장도 대기중이다.

그런데 비는 자리는 거의 없다.

겨우 자리가 하나 비게 되자 구름같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귀결.

뉴욕 재경관이 본부로 들어오자 이 자리에 무려 9명이 응시원서를 냈다.

경쟁률이 9대1이나 되니 누가 되든간에 학연 지연 등의 뒷말이 따르지
않을수 없는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자리가 적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해외보직을 줄인다는 방침에
따라 제네바재경원은 내년 2월이후에는 후임자를 임명할수 없게 돼 있다.

특히 학수고대하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초대대사 자리도 외부인사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OECD 대사자리가 재경원 출신으로 임명되면 연쇄적으로 한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으나 물거품이 된 셈.

결국 밀려들어오는 인물들을 맞기 위해 "생이빨"(현지 본부 국장)이 뽑힐
수밖에 없다.

국장급 인사가 이렇게 막히게 되면서 본부에만 현재 18명에 달하는
"앉은뱅이 국장"(부이사관 과장)들이 국장급 자리(외부)로 나가는 시기도
내년 이후로 연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윗물이 막히면 아래 역시 가뭄을 겪는건 당연한 이치.

해외유학 또는 연수를 떠난 서기관중 20명가량이 무더기로 귀국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87명에 달하는 본부 과장급 자리를 두고 보직전쟁이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현재 과장급 4명이 대기중(공석 1개)일 정도로 과장자리가 모자라는 만큼
무보직과장을 각 국별 "지원" 과장으로 임명하는 편법까지 검토되고 있다.

재경원 본부 국.과장이 되는 것이 문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