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의 일관성은 잘못된 정책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시행하는게
아니다.

잘된 정책을 바꾸는 것도 아니다.

좋은 정책은 시장원리와 경제원칙에 맞기 때문에 일관성이 있고 누구나
지켜야 할 시장규칙으로 자리잡는다.

농림부의 준농림지역에 대한 농지전용 규제정책은 일관성이 없다.

무분별한 개발이라고 단기적 땜질처방에 치우치니 꼬리를 잡고 소를 모는
냉온탕식이 된다.

농지훼손이라고 대책없이 손만 못대게 하니 정부통제와 시장개입에 의존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규제일변도의 정책은 농업의 발전, 농민의 복지, 농촌의 풍요, 어느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25일 농림부가 식량자급기반 확충과 국가경쟁력 10%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입법예고한 농지법 시행령 개정안은 우리경제의 상황을 무시한 부처
이기주의적인 규제복귀 정책이다.

무분별한 농지전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농림부가 허가권을 지방자치단체장
한테서 다시 빼앗아 강화하고, 공장이나 아파트전용 토지수요를 산지이용
으로 유인하려 하고 있다.

또한 숙박시설과 음식점은 농지전용 허용범위를 현행 3만평방m(9,000평)
에서 500평방m(150평)로 대폭 축소하여 도시자본의 농촌유입을 사실상
억제하게 된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타결이후 농촌을 살리기 위해 추진되었던 자유화정책
은 결국 정부의 인내심 부족으로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94년 4월 당시 농림수산부는 준농림지역의 전용을 공해시설과 같은 허용
불가 시설만을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면허용했다.

또 94년말 제정, 금년 1월 발효된 통합농지법은 농업의 선진화를 위해
농업진흥지역의 농지소유상한을 확대하고 농지거래규제를 완화한 외에 위탁
경영및 전업농 육성방안 등을 담았다.

그 결과로 수도권 준농림지역은 이용목적에 맞는 입지선택이 이루어져
도시자본의 농촌유입이 이루어졌다.

수익성높은 채소재배를 위해 논을 밭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농지의 임차면적이 늘어 생산성 위주의 영농기법이 도입되었고 농업기업이
늘어났다.

한계농지의 수익성을 높이는 개발사업도 본격화되었다.

농지자유화정책이 농촌에 얼마간의 활력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농림정책 당국의 눈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혼란으로
비쳐졌다.

준농림지역에 사치-향락 시설이 늘고, 논 중심의 농지가 줄어 식량자급에
차질이 생기고, 농지거래가 크게 늘어 농민이 떠나고 농지가격이 급등한
것 등을 불안요소로 단정,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일관성없는 농지정책은 폐해가 크다.

농업도 산업이다.

작물의 부가가치에 따라 농업하는 사람이 선택할수 있어야 한다.

농민에게도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

농지이용과 거래제한이 생산성없는 농업을 계속하게 해서는 안된다.

농업도 전문화 기업화되어야 한다.

농촌이 필요로 하는 것은 활력이며 그 원천은 투자증진이다.

도시자본의 유입을 무작정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농지정책은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