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성장도 물가도 경상수지도 이미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다.

수출이 망가지고 기업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값비싼 외제품은 날개돋힌듯 팔린다.

물가도 금리도 높기만 하다.

임금상승률은 노동생산성을 웃돈다.

사회간접자본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런 마당에 정부규제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러니 기업이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제 웬만한 기업들은 해외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더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일각에서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보면 국내의 고비용구조를 타파할 뾰족한 대책이 단기적으로 없다는
점 때문이다.

고물가의 실태를 일본 대만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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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은 경쟁국에 비해 너무 높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고도성장 경제에서는 늘 물가상승압력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지만 똑같이 고속성장을 해오고 있는 대만 싱가포르 등에 비해서도
물가압력이 크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90년을 100으로 할때 91년 109.3,
94년 129.3, 95년엔 135.1로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물가가 90년에 비해 35% 이상이나 오른 것이다.

91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4.5%(전년동기비)로 비교적
낮았을뿐 줄곧 6%대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매우 안정적이다.

92년 105.1에서 94년 107.1이었다가 지난해엔 107.0으로 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90년과 91년 3%대를 기록한후 1%대의 상승에 머물렀다.

대만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대만의 소비자물가지수는 94년과 95년에 각각 116.0과 120.3이었다.

싱가포르는 같은 기간에 각각 112.2와 114.1에 머물러 우리나라의
물가지수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말레이시아도 93년 113.2, 94년 117.4, 95년 123.6으로 역시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훨씬 안정적이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고물가구조는 기업의 재료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지난 88년을 100으로 할때 우리나라의 재료비 변동률 추이는 90년 111.5
에서 92년 113.2, 94년엔 118.1로 꾸준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쟁국의 사정은 우리와 판이하다.

오히려 기업의 재료비 부담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90년 103.4에서 94년엔 101.4로 떨어졌다.

싱가포르는 90년 111.5까지 치솟았으나 92년 100.9로 급격히 낮아져
94년엔 97.0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