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인이 보채의 어머니 설부인을 불러 보옥과 보채의 혼사 문제에
대해 보옥의 어머니 왕부인과 의논을 하도록 하였다.

설부인이 대부인의 분부를 따라 왕부인의 거처로 건너갔다.

왕부인의 방에는 마침 희봉도 건너와 있었다.

왕부인은 설부인에게 지금도 감옥에 들어가 있는 설반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설부인이 아들이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실이 민망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난번에 면회를 가서 만나보니, 설반이 그동안 방탕했던 자신의
생활을 후회하고 이번에 감옥에서 나가면 새 삶을 살겠다고 그러더군요.

아내 금계까지 죽고 나니 마음에 충격을 받고 많은 생각들이 오고가는
모양입니다.

설과가 여기저기 탄원서를 내고 유리한 증인들을 세우고 해서 설반이
상급 관청의 재가만 떨어지면 얼마 있지 않아 풀려날 거라고 하더군요"

"그만하기 천만다행이에요.

하마터면 아들을 사형장 이슬로 보내거나 평생 옥바라지를 할 뻔
했잖아요"

왕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부인을 위로하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애비 없이 자식들을 키우려고 하니 어미로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니군요.

근데 보옥이 건강은 요즈음 어떻습니까?

일전에 대부인 거처에서 얼핏 보니 많이 나아진 것도 같던데"

설부인이 보옥의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한 것은 과연 보옥이 지금
건강상태로 혼인을 치를 수 있는가 걱정이 되어 그런 것이었다.

왕부인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자 희봉이 슬쩍 끼여들어
대꾸하였다.

"네. 많이 나아졌어요.

할머님이 너무 걱정을 하시는 바람에 보옥 도련님의 건강이 아주
나쁜 것으로 소문이 나 있지만 사실은 훨씬 좋은 편이에요.

이제 보채 아가씨와 혼인까지 하게 되면 보채 아가씨 금 목걸이의
영험이 보옥 도련님을 누르고 있는 사기를 물리쳐 금방 완쾌할 거예요"

"근데 보옥 도련님이 대옥 아가씨와 혼인을 하게 된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 소문은 어떻게 된건가요?"

설부인이 왕부인과 희봉을 번갈아 돌아보며 물었다.

왕부인과 희봉이 시선을 빠르게 주고받았다.

"그런 뜬소문에는 괘념할 필요 없어요.

혹시 보채 아가씨가 그 소문을 듣고 낙심을 하거나 하면 잘 말씀드리세요.

우리도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조사를 하고 있어요.

아마 소상관 시녀들이 시샘이 나서 그런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지도 모르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