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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루몽] (494) 제11부 벌은 벌을, 꽃은 꽃을 따르고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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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옥은 그 여러 친척들 중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설반의 사촌여동생 설보금이었다.

    아니,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보채와 대옥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으로 알고 있었던
    보옥으로서는 자기의 상식이 여지 없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조물주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정화영기를 가지고 있길래 저리 아름다운
    여인들을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낸단 말인가.

    세상을 두루 다니다 보면 설보금보다 더 아름다운 여자들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보옥은 문득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로 갇혀 있는 기분이 들면서 천하
    유람길에 오른 설반이 은근히 부러워지기도 하였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최고의 미인으로 여겨지는 보금이 보옥의 눈 앞에
    나타났으니 이제는 보채도 보이지 않고 대옥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전에 꿈속에서 본 경환 선녀의 여동생 겸미가 환생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였다.

    설보금은 정말이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보옥의 몸과 마음 속으로
    감미로운 기운이 흘러다녔다.

    마치 보금을 바라볼 때는 보옥의 성감대가 시신경으로 다 모여든
    듯하였다.

    그러니까 보옥은 설보금을 만져 보거나 안아 볼 필요도 없었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황홀하기 그지 없으니 말이다.

    보옥의 마음이 보금에게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 할 보채와
    대옥이 아니었다.

    보채와 대옥은 보금이라는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함께 고민하며
    그 적을 물리칠 궁리를 하느라고 자주 만나게 되었다.

    보채가 소상관으로 오기도 하고 대옥이 형무원으로 가기도 하였다.

    대옥이 형무원으로 갈 때는 향릉에게 시를 가르쳐 주기도 하였지만
    사실은 시를 가르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대옥은 마음의 상처를 달랠 길 없어 보채의 품에 쓰러져 흐느껴 울고
    보채 역시 대옥의 품에 쓰려져 흐느껴 울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신체적인 접촉이 잦아지고, 보옥으로 인해 둘
    다 똑같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라 보옥에 대한 반발심리로 둘은 서로를
    애무하며 색다른 쾌감에 젖어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정도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니고,둘은 어디까지나 보옥을
    연모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보채와 대옥은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하면서 보금에 대한 나쁜
    소문들을 캐내느라 두 귀를 항상 쫑긋이 세우고 다녔다.

    그러다가 보채와 대옥에게는 희소식이 될 만한 소문 하나를 건져올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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