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상수지적자가 수정한 목표치보다
훨씬 많아질 것같자 정부가 "경상수지개선을 위한 보완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올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한 7월초만 해도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탓하며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애써 강조하던 정책당국의 입장이 채 한달도
못돼 돌변한 셈이다.

발표된 대책내용은 이자와 배당소득이 비과세되는 만기 3년이상의
가계장기저축제도및 연간 1,000만원 한도의 근로자주식저축제도를
각각 2년및 1년동안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임으로써 수입수요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경상수지적자를 개선해 보자는 생각이다.

경상수지 개선효과만 따지면 이번 대책은 과거의 수출지원책이나
긴축정책에 비해 간접적이며 불투명하다.

그러나 원화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무역금융지원비율을 높혀 수출산업을
지원하면 교역상대국과의 통상마찰은 둘째치고 그나마 지금까지 어렵게
지켜온 물가안정목표가 당장 위협받게 된다.

반면에 통화관리를 강화하고 재정긴축을 통해 긴축정책을 펴면 가뜩이나
하강국면이 뚜렷해지고 있는 실물경제가 얼어붙기 쉽다.

그러니까 성장과 물가를 다치지 않으면서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려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 상실, 금융실명제 퇴색, 세수감소,
증시부양부담 등의 부작용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욕심이 많은 것같고 달리보면 그만큼 경제정책의
운용폭이 제한돼 있는 셈이다.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탈피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경상수지적자에 손놓고 있을수도
없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여당의 압력에 시달리는 재경원 처지이고 보면
이번 대책은 차선책이며 필요악이라고 할수 있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점이다.

경상수지를 대외균형의 측면에서 보면 수출가 수입 그리고 서비스교역의
차이이며 대내균형의 측면에서 볼때는 투자와 저축의 격차로 파악될수 있다.

지금의 수지적자는 주력사출품의 단가하락과 밀부 소비재수입의 급증,
상대적인 저축부진 등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이중에서 단기간에 수출증대가 어려움으로 소비억제와 저축증대가
경상수지 개선대책이 된 것이다.

그러나 거듭 지적하지만 놓은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소비재수입의 비중은
아직 낮으며 저축률도 아직까지는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적자개선의 무거운 짐이 소비억제및
저축증대에 지워진 까닭은 지난 40여년간 굳어져온 정치경제적 기득권구조의
개선이 어려운 만큼 시간이 좀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며 핵심기술과 부품을
개발하자면 기업의 노력외에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때까지 현실적인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주사의 역할이 이번 경상수지
개선대책에 주어진 불가피한 기능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