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영 <미 하워드대 교수/경제학>

올해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1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줄면 경기가 식고,경상수지적자가 커지면 경제가 위기에 있지
않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정부도 현재의 상황이 경제위기는 아니지만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고비용.저효율"구조체제에서 야기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저비용.고효율
"체제로 전환하는데 정책방향을 세운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부정책 목표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나, 어떠한 수단을 사용하여
정책목표가 달성되도록 하는가 하는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다.

경상수지 적자폭의 확대가 반도체 철강및 석유화학등 수출주력품목의
가격하락, 엔저로 인한 수출 저조, 해외여행과 기술도입대가의 증가등으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 그대로이며 설령 일부품목의 수출부진과 엔저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경상수지적자 폭이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 나라의 경상수지는 그 나라의 수출과 수입의 차이지만 또한 국내
저축과 투자의 차이로 정의된다.

즉 경상수지=수출-수입=국내저축-투자이다.

하나의 특정한 상품을 생각할 때 그 상품의 수출이 줄면 그 상품의
경상수지는 적자가 된다.

국가경제 전체의 경상수지는 특정한 상품의 수지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국내 저축과 투자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변동환율제하의 개방 경제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우리경제는 1960년부터 현재까지 몇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경상수지가
적자상태이였다.

이 기간동안 엔고도 있었고 주종제품의 수출이 확대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이 투자보다 국내 저축이 낮은 데서 오는
결과라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국내 저축과 투자에 영향을 주지않고 수입과 수출에만 영향을 주는
정책은 경상수지수준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단지 수입과 수출의 구성을
다르게 만들 뿐이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했다고 하자.

해외여행수지는 개선된다.

그러나 해외여행 대신에 국내 여행이나 다른 상품에 대한 추가적인
수요가 일어나면 상대가격이 변화를 가져와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
경상수지자체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축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국내저축이 증대되고 따라서 국가
전체의 경상수지도 개선된다.

노동투입과 더불어 투자는 경제성장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국내저축이 높은 투자수준으로 연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성장을 유지하면서 경상수지가 개선됨과 동시에 실질금리가 하락되고
물가와 노임도 하락되어 "고성장.저물가.저비용"구조가 실현될수 있다.

만약 저축확대가 가능하지 아니한 경우 투자가 투자수준보다 낮은
국내저축 수준범위내에서 이루어지면 경상수지는 개선되고 낮은 경제성장
수준에 맞는 "낮은 고성장.저물가.저비용"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해외자본이 유입되고 국내저축이 투자보다
낮아지는 경우 "고성장.고물가.고비용"구조를 바꾸는 것은 극히 어려운
것이다.

주종 수출제품 다변화 정책이나 환율조정은 단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폭의 축소에 다소 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나 적자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하기에는 정책의 한계가 있다.

국내저축보다 높은 투자가 계속되는 한 경제는 높은 성장률로 성장할수
있지만 불확실성도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왜냐하면 계속되는 경상수지 적자와 이로 인한 외채증대는 멕시코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막대한 자본유출을 야기시켜 국내 금융의
위기를 초래하게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하고 있는 국내외환경과 당면한 문제를 고려할때
과거와 달리 "고성장.고투자.고저축"루트는 문제가 많다.

"고성장.고투자에 맞는 고저축"루트가 바람직스러운 선택이지만
국내저축이 투자보다 낮은 구조적 성격과 선진화됨에 따라 "선저축.후소비"
행위에서 "선소비.후저축"행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짐을 감안할때
"저축에 상응하는 투자와 성장"루트가 적절한 선택이 될수 있으며 이를
검토해 보는 것도 타당하다고 생각되어진다.

현재의 저축률이 선진국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저축률을 투자율수준
이상으로 증가시킬수 있는 정책수단을 고안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축확대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몇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개인 연금의 각출금에 대한 소득공제의 폭을 넓혀 연금과 장기
저축에 세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둘째, 현재 기업의 접대비를 포함한 사업비용은 손비처리를 할수
있는데 기업운영에 필요한 최소 수준에서 손비처리 될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하고 있는 것과 같이 손비처리 한도를 하향조정하고
손비처리 대상을 엄격히 규정하는 것이다.

이 조치는 기업 저축을 증가하게 할뿐 아니라 과시적 소비성 기업행사를
억제시키고 우리 사회의 과소비 풍조를 시정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정부규제 완화와 공기업 민영화를 과감하게 추진하여 정부지출의
절약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 경제성장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재원을 해외현금차관에서
구할만큼 최근 세출수요가 과다하기 때문에 정부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중에서 민간부분과 대학이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할수 있는
분야를 골라 그들에게 맡기는 정부영역조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한국의 유류가격은 일본과 유럽국가보다 낮다.

교육세부과의 결과 유류값이 인상되었다 하더라도 세수입증대와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휘발유 사용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지방정부도 휘발유 소비세를 부과할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휘발유 소비세 수입은 지방사정에 맞는 대중교통수단의 확대를
지원하게 하고 대기오염을 감소시키는 장점도 있다.

높은 저축은 우리가 바라는 성장, 물가, 경상수지 달성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달성 가능케 하기 때문에 저축률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가치가 있다.

앞으로 다가올 남북한 통일과 관련하여 기대할수 있는 막대한 투자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도 저축은 유지 되어야 한다.

저축률제고 과제가 쉬운 과제가 아닌 만큼 실제로 저축을 증대할수 있는
수단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하겠다.

국민 개개인과 이해집단의 합의를 얻은 저축증대 정책이 시행될때 저축은
증대될수 있다는 것을 부언하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