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배속 CD롬드라이브의 개발과 판매시기를 놓고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자존심 대결을 벌일 태세다.

CD롬드라이브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싱가포르의 크리
에티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오는10월부터 12배속 CD롬드라이브를
생산키로 했다.

삼성은 지난3월 8배속 CD롬드라이브를 선두주자인 LG전자와 동시에
판매해 LG를 잔뜩 긴장시켰다.

그런 삼성이 이번에는 12배속을 먼저 내놔 시장선점효과를 누리겠다고
벼르고있는 것이다.

CD롬드라이브의 배속경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 셈이다.

LG전자는 삼성측의 이같은 전략에 대해 아직은 시장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배속경쟁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계획대로 11월께 판매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G측이 계속 느긋한 태도를 보일 처지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농심데이타시스템이 최근 싱가포르의 옵틱스 스토리지사와 총판계약을
맺고 12배속 CD롬드라이브를 들여와 시판에 들어가 개발시기를 마냥
늦출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더구나 CD롬드라이브의 배속경쟁은 광기기 생산기술을 가늠하는 척도로
인식되고 있어 기존 제품의 시장이 성숙되기도 전에 신제품이 쏟아져나오
는 출혈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적인 멀티미디어기기 전문판매업체인 크리에이티브
사와 전략적 제휴로 CD롬드라이브의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면서 오는
10월 12배속을 양산키로했다.

삼성측은 "국내시장의 성숙여부와 무관하게 12배속을 오는10월에는 내놓
을 것"이라며 공격적인 개발전략을 구사하고있다.

삼성은 대규모 PC메이커보다 고기능의 주변기기를 한발 앞서 채용하는
크리에이티브사와 제휴를 맺었기때문에 12배속을 조기에 판매할 여건이
조성돼생산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태도이다.

오히려 "시장이 성숙되지않아 판매량은 적을지 모르지만 가격은 높을 것"
으로 보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8배속이 나온지 4개월밖에 안된 시점에서 12배속을
내놓으면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생산하기 시작한 8배속 시장을 완전히
죽여버리는 꼴"이라며 조기판매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있다.

LG의 한관계자는 "8배속이 최소한 내년 봄까지는 주력제품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돼 11월 생산계획도 다소 이른감이 있다"며 "시장이 형성되
는 적기에 양산할 계획"이라고 실리를 강조했다.

LG는 생산량의 대부분을 해외의 대규모 PC업체로 수출하고 있기때문에
개발완료시기를 앞당기는 것보다 완벽한 품질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12배속을 조기에 시판해 기존제품의 재고부담을 떠안게 될 것을
우려하고있다.

LG와 삼성 양측은 겉으로는 "두회사의 CD롬드라이브의 생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내수시장을 겨냥한 개발경쟁은 더이상 큰 의미가
없다"며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있는 제품기획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회사는 고속화되고 있는 CD롬드라이브 시장을 놓고 우선
국내에서 자존심을 건 전초전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 김수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