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현의 단편소설 "태양의 유산"에는 복 러위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삼복 허리의 햇발은 불길을 머리에 끼얹는 것같이 뜨거웠다. ...

반 시대의 길바닥에서도 훅훅 더운 기운이 풍겨올라 왔다.

양쪽 길섶에 무성한 아카시아 잎도 후줄근하게 늘어져 있었다.

... 늙은 소나무에는 송진이 끓어 올라 햇볕에 번쩍이고 있었다"

삼복은 이처럼 한해에서 기온이 가장 높은 불볕더위기 찾아드는 절기다.

그 첫 손님인 초복이 되었는데도 초가을 날씨와 비슷한 서늘함이
옷깃에 쓰며드는 저온현상이 나타나 성하의 맛을 즐길수 없는 서운함도
없지 않다.

하지로부터 세번째 강일에 드는 초복에는 특별한 음색을 장만하여
먹음으로써 보신을 하는 풍습이 옛부터 있어왔다.

특히 개장국이나 삼계탕 영계백숙 등을 즐겨 먹는다.

또 복중에 악귀를 쫓고 무병하려는 군사의 목적으로 팥죽을 쑤어
먹기도 한다.

아이들이나 부인들은 집안에서 참외나 수박을 먹고 남자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하면서 더위를 피한다.

한편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낸다.

복날과 관련된 속신들도 있다.

복날에 목욕을 하게되면 몸이 여윈다고 해서 목욕은 복날의 금기사항이
되어왔다.

그러나 초복에 부득이 목욕을 한 경우에는 중복과 말복에도 목욕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옛사람들은 믿었다.

또 복날에는 벼가 나이를 한살씩 먹는다는 속신도 있었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이 있는데 복날마다 한마디씩 생겨나 비로소
이삭을 패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세시음식이나 속신은 지금도 우리의 생활과 밀접히
연관을 맺고있는 것이 없지 않다.

복날에 개장국 삼계탕 영계백숙으로 보신을 하는 것이나 복날이
저온인 경우에 벼가 이삭을 늦게 패 피해를 보는것 등이다.

초복을 앞뒤로 한 이번의 저온현상은 식도락가들로 하여금 세시음식을
제대로 즐길수 없게 했지만 그보다 걱정되는 것은 낮과 밤의 큰 일교차로
인한 감기환자의 속출, 냉해로 인한 벼등 고온성 농작물의 피해다.

여름철에 주로 일본 북부지방에 머물면서 저온현상을 가져오던
오호츠크해 기인이 이번에는 그 세력을 한반도에 확장함으로써 서늘한
초복이 되게했다는 기상당국의 설명이고 보면 우리의 유별난 미각을
시셈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