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 <단국대 교수>

초창기 반외세 독립 계몽성격이 강했던 노동운동의 성격은 해방이후에도
그대로 계승됐다.

그러나 53년 63년 73년 80년 등 4번에 걸친 노동법 개정에서 나타나듯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개발논리에 밀렸다.

경영자의 이해가 반영된 노동법이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87년 노사대란이후 노사문제는 기업경영자에게는 기업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 다가왔다.

87년이후 노사관계는 새롭게 정립됐다.

비로소 대등한 입장으로 협상테이블에 나서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노사문제는 불안정한 측면이 많다.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관행이나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체계적인 노사관리부서를 가진 기업들이 의외로 적다.

그리고 최근 정부의 신노사개혁정책과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노력도
향후 노사관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같은 불안정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노사관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선 경영자들은 노동자를 "하인"으로 보던 시각에서 대등한 협력파트너로
인정했다.

노동자를 단순히 말이 아닌 현실적인 기업경영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하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이다.

노동자도 불법파업을 줄이거나 경영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 파업건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87년 3천8백여건에 달했던 파업건수가 지난해에는 1백여건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노사의 이같은 변화는 공동체적 동반자관계라는 한국적 경영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