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교통 종합대책을 놓고 지금 찬반논의가 분분하다.

대책내용의 핵심은 자가용 승용차 이용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어
승용차의 통행량을 줄여보겠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종합대책이랄 것도 없는
미봉책이라는게 우리의 평가다.

물론 수송분담률이 14%에 불과한 승용차가 도로의 65%를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승용차 이용을 무슨 수를 써서든 억제하지 않고는 "지옥"에
비유되곤 하는 수도 서울의 교통난을 완화할 재간이 없다는 판단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통난 해결을 역점사업으로 공약한 민선 시장이 취임후 1년가까이
뭉기적거리다 기껏 내놓은 대책이란게 고작 과거에 수없이 거론되다
흐지부지되고만 혼잡통행료 징수안이란 사실에는 실망을 감추기 어렵다.

이번 대책중 가장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은 역시 남산1-3 호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계획이다.

서울시는 "나홀로 승용차"의 비율이 평균 87.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고육책으로 이의 징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담도 문제려니와 실효성이 의심되는게 진정 큰 문제다.

우선 우회도로의 혼잡이 불을 보듯 뻔하고 다음은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일부 계층과의 형평문제가 있다.

게다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중교통망이 부실한 현실에서 자가용출퇴근
억제는 시민의 부담과 불편만 가중시킬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점이다.

교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시민의 부담증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근원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책없이 부담만 지워서는 오히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우려가 있다.

특히 무거운 통행료 징수와 주차비의 대폭적 인상은 우리의 교통문화
현실에서 부유층의 승용차이용을 오히려 용이하게 해주고 서민이나
자영업자들의 그것은 부담과 함께 더욱 힘들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마이카 시대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자가용이용 억제는 시내버스와
지하철망의 확충과 이들 대중교통수단의 쾌적성 접근성 안전성등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에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통행료 징수가 재정수입 목적이 아니라 자가용 운행억제를 위한 것이라면서
퇴근길 차량에까지 통행료를 물리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승용차 이용억제는 시민들의 협조여부가 성공의 관건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협조없이 무거운 통행료를 물리고
주차료까지 대폭 인상하려 해서는 교통난 완화는 커녕 시민들의 반발만
자초할 우려가 짙다.

이와 함께 이를 시행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에 중앙정부가 선뜻
동의해줄지도 의문이다.

주행세 도입이나 10부제 실시의 경우도 재정경제원등 관련부처에서 이미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어 시행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제라도 서울시는 일부 특정지역의 자가용 승용차 괴롭히기로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봉적 발상을 버리고 보다 대국적 차원에서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특히 신도시건설 등으로 서울의 교통문제는 이제 더이상 서울시만의
문제가 이니다.

따라서 수도권 전체, 그리고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연구와 협의를
거쳐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도출하도록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