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임토의"와 "워크숍"으로 대표되던 국내기업들의 토론을 통한
집단의사결정방식이 바뀌고 있다.

LG화학은 14일 국내기업 최초로 "워크아웃 (Work Out )"이라는 새로운
의사결정시스템을 도입해 이같은 변화를 예고했다.

워크아웃은 미국의 GE사가 지난 90년대초 개발한 신경영기법으로
"스폰서( Sponsor )"라고 불리는 의사결정권자의 참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분임토의및 워크숍과 크게 다르다.

또 의사결정권자가 자리를 함께 하는만큼 토의된 내용에 대한 실행여부가
현장에서 결정된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빠른 토론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LG화학은 이날 오산연수원에서 화학CU의 임원 38명을 대상으로
첫 워크아웃을 가졌다.

또 상반기중 모든 사업장에서 한차례이상의 워크아웃을 개최키로 했다.

LG가 이처럼 워크숍이나 분임토의 대신 워크아웃을 도입한 것은 물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실제로 LG는 성재갑부회장이 스폰서를 참석한 이번 오산 워크아웃에서
"워크아웃"의 효과를 실감했다.

"벽없는 조직 만들기"를 주제로 한 이번 임원워크아웃에서 해외출장보고와
예산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했다.

참석임원들의 의견에 따라 그동안은 반드시 CU(사업문화단위)장에게
해야했던 출장보고를 사내 전자우편( E-Mail )으로 대체토록 즉석에서
결정했다는 것.

또 연초에 사업계획을 받은 건에 대해서는 부서장이 별도의 품의없이
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워크아웃에서는 이외에도 오는 7월말까지 타스크포스팀을 운영해
각 부서별로 중복되는 거래선을 찾아내 회사내 접촉자를 단일화하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대부분 임원들이 불만을 토로해온 "민원사항"들로 분임토의나 워크숍을
통해 여러차례 개선을 요청했음에도 시정되지 않았던 것 들이다.

이날 워크아웃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스폰서 자격으로 참석한 성재갑
부회장은 이 건들에 대해 그 자리에서 결재해 바로 15일부터 실시토록
했다"며 "오전 8시부터 13시간 동안 계속된 마라톤회의였지만 논의 결과가
곧바로 경영에 반영돼 유익했다"고 밝혔다.

LG는 앞으로 모든 회의방식을 워크아우방식으로 진행해 토론과 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워크아웃은 지난 94년 LG화학 CU장으로 취임한 성부회장이 그해 미국에
"벤치마킹연수"를 갔다가 잭 웰치GE회장으로부터 직접 배워온 것으로 다른
계열사에서도 도입을 추진중이어서 머지않아 국내기업들에게 확산될
전망이라고 LG관계자는 말했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