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당했던 20대 피아노 강사가 자기 신체에 나타난 변화를 에이즈
(AIDS)증상으로 여기고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오전 2시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 76 씨티 21 지하1층 바닥에서 이
오피스텔 9층에 사는 정모씨(26.여.피아노 강사)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장인규씨(54)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의 애인 김모씨(27)에 따르면 12일 오후 11시께 오피스텔 6층
자기방에서 정씨와 술을 마신뒤 9층으로 데려다 주던중 정씨가 "병 때문에
죽고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씨의 방에서 "몇년전 신사동에서 성폭행을 당한뒤 에이즈에
걸린 것 같다.

책을 사 보니 에이즈 증상인 것 같았다.

무서워서 못살겠다"는 내용의 유서 3장을 발견했다.

경찰은 정씨가 최근 자기 몸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자 이를 성폭행으로
에이즈에 감염돼 일어난 증상으로 여긴 나머지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