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자동차의 브라질 현지공장건설은 중남미 "황금시장"에 대한 국내
자동차업계의 공세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완성차 수출이라는 지금까지의 소극적 전략에서 탈피,현지에 공장을 세워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정공법"으로 선회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 브라질에 현지공장을 건설키로
내부방침을 세우고 이미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현대는 이달초 전성원부회장이 브라질을 방문, 공장 후보지를 물색했는데
상반기중 상파울루 인근에 연간 3만대규모의 승용차및 승합차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아도 97년까지 브라질에 연간 1만5천대 규모의 베스타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중남미 진출을 서두르는데는 그게 두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현지정부의 완성차 수입규제와 관세장벽을 피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상의 마지막 "황금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남미국가들이 자국내 자동차공장 유치를 위해 현지진출업체를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현지공장없이는 버틸 수없는 상황이 됐다.

중남미 최대시장인 브라질의 경우 작년4월 승용완성차에 이어 올 1월에는
한국의 주력 수출차종인 상용완성차에 대한 수입관세를 32%에서 65%로 인상
시켰다.

반면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 업체에 대해선 부품 뿐만아니라 완성차에
대해서도 인상된 관세가 아닌 종전의 관세를 적용하는 혜택을 주었다.

그로인해 지난해 브라질에 대한 수출은 당초목표 8만대에 훨씬 미달하는
3만9천여대에 그쳤다.

"종전의 관세를 물 경우 그레이스(현대) 베스타(기아) 타우너 토픽(아시아)
등은 가격과 품질에서 미국이나 유럽업체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현대자동차 관계자의 지적은 현지생산거점 확보의 당위성을 잘 설명해 준다.

잇단 브라질 진출로 해외시장 개척을 둘러싼 국내 메이커들간의 "국지전"이
동남아에서 앞으로는 중남미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쉬르) 안데스협정등 공동시장 구축으로
자동차시장이 앞으로 크게 증가, 아시아에 이은 미래의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1월 창설된 남미공동시장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등
4개국이 가입돼 있으나 올해말에는 볼리비아도 참여할 예정이고 칠레도
가입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93년 안데스협정(ANCOM)을 체결한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쿠아도르등
3개국은 역내관세 철폐등을 통해 자동차시장을 통합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LMC사는 작년 1백70만대였던 중남미 자동차시장이 오는
2000년엔 두배 수준인 3백2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