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 감독의 "본투킬"은 액션과 멜로를 접목시킨 영화.

고독한 킬러의 사랑을 다룬 한국판 레옹이다.

카메라조작이나 대역없는 액션연기, 대규모 지하철 신, 칼을 사용한
섬뜩한 테러 등 충격적인 장면을 많이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 면에서 "레옹"과 비교된다.

사회와 단절된채 킬러임무만 수행하는 주인공 길 (정우성)은 커다란
눈의 레옹 (장르노)을 연상시키고 가수를 꿈꾸는 소녀 수하 (심은하)는
12살짜리 마틸다 (나탈리 포트만)를 떠올리게 한다.

"길"이 키우는 애완용 원숭이는 레옹의 베고니아 화분과 대비된다.

도입부의 여명은 블루톤을 즐겨 쓴 뤽 베송의 색채와 비슷한 푸른
빛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몇가지 점에서 레옹과 뚜렷이 구분된다.

주인공의 성격부터 그렇다.

레옹이 글자를 모르는 문맹자로서의 이방인이라면 길은 한국적 사회
구조와 가족사가 빚어낸 비극적 피해자다.

그는 어릴 때 철길에서 동반 자살하려는 어머니의 손을 깨물고 혼자
살아남은 충격으로 정신적 치명상을 입은 자폐자.

암흑가에서 킬러로 "사육"된 그는 시키는 것만 할뿐 자신의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른다.

"청소도구"인 그에게는 돈도 필요없다.

냉장고에 그냥 차곡차곡 채우기만 한다.

한번도 써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당돌하면서도 청순한 수하를 만나 전혀 낯선 감정에 빠져든다.

냉혹한 킬러의 순정은 처절한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차가움과 따스함은 그의 본능이자 인간의 양면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대목.

잔인하기 짝이 없는 염사장 (김학철)이 "회개"를 종용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끌어내는 장면에서도 역설적으로 나타난다.

흔한 줄거리를 끝까지 팽팽하게 끌고간 연출력이 돋보이는 반면 무리한
사건전개로 중간부분이 산만해져 아쉽다.

( 20일 명보 롯데월드 그랑프리 씨티 반포 개봉 예정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