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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13일자) 민의가 명하는 새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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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결과에 나타나는 유권자의 명령은 언제나 현명하고 함축적이다.

    4.11총선은 과반수 의석의 안정을 호소하던 여당, 3분의1의 견제력을
    요구한 제1야당에 대해 동시에 반성과 자제의 경고를 발했다.

    더 깊게 그 속에는 한국정치가 나아갈 방향이 제시됐음을 꿰뚫어 봐야
    한다.

    크게 보아 개혁의 잡음과 스캔들 돌출속에 고전하던 신한국당이 여당으로서
    선거 사상 처음 서울에서 과반선을 확보한 점, 배수진인 총재의 전국구
    탈락까지 몰고온 국민회의 참패, 참신에 대한 기대를 깨고 연고지역 없는
    민주당의 교섭단체 구성 실패는 이번 총선이 빚은 최대 상징의 이변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를 이유있는 필연적 귀결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반응을
    보이는 한, 당사자의 발전이나 이 땅의 민주정착은 전진 아닌 정체와 후퇴
    뿐이다.

    따지자면 그 모든 현상은 서로 깊이 뒤얽힌 인과관계에 있으며 그마다
    교훈을 주고 있다.

    먼저 원인을 보자.

    첫째 신한국당의 예상외 선전은 청와대 장풍이 몰고온 감표요인을 휴전
    협정 파괴의 북풍이 상쇄했다는 설명만으론 표피적이다.

    과반의 방종보다 겸손과 자제로 안정-발전을 지지하는 절묘한 함의라
    보아야 한다.

    둘째 국민회의의 욱일승천하던 기세가 거물 중진들의 탈락과 함께
    당 진로에 대한 일대 타격으로 돌아선 뜻은 무엇인가.

    여기서 광주-전남 텃발의 88%란 득표율이 시사하듯 피해의식에 바탕한
    지나친 배타성, 여당 못지 않은 자만의 한계가 어떤 것인가를 읽어야 한다.

    셋째 이번 유일 득세라 할 자민련의 약진과 민주당의 참패는 별개의
    이질현상이 아니라 표리 관계로서 그 함의는 깊다.

    양당은 극보수 대 개혁 성향이면서 동시에 지역응축 대 탈지역이라는
    극단적 양면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같은 배경의 현상속에서 한국 정치가 걸어갔으면 하고 국민이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

    첫째 지역연고 정치로 부터의 탈피이다.

    3김 정당들이 호남 충청 부산-경남등 연고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은 너무도
    배타적이며 거기에 대해 전멸에 가까운 민주당 몰락은 한계상황에 속한다.

    무엇보다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가망은
    없다.

    둘째 거물 의존적 인맥정치의 청산이다.

    전쟁 독재등 수난기가 아닌 때에 카리스마 있는 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3김이 끝이며 더 이상 효용가치도 없다.

    이는 인물 시대가 가고 제도-조직 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셋째 선거란 먹고 재미보는 잔치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화된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한다.

    유권자가 맨 입으로는 허전하다고 느끼는 선거가 지속되는 한 돈쓰지
    말라는 법은 유명무실하다.

    이제 선거법의 손질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차기 대권을 향한 선의의
    경쟁을 이제 공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말릴래야 말릴 수도 없다.

    또한 통일 앞둔 남북대치는 피할수 없는 과제다.

    사회와 정당들이 더는 실존하지 않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평범속에 합리적
    조직인을 차기 주자로 키워야 한다.

    시간이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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