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기저 글나루간 6,500원)

66년 등단 후 시집"이색풍토"를 남기고 절필했던 시인이 25년만에
선보인 산문집.

80년 교권옹호위원회 사건으로 1차 해직됐다 복직한뒤 82년 오송회
사건에 연루돼 또다시 교직에서 쫓겨나 옥살이를 했던 저자의 인생살이와
감옥에서의 사색,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눈길등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술자리에서의 신세한탄이 "적을 고무 찬양하는" 자술서로 둔갑한 얘기나
한 대학생이 차에 두고 내린 월북시인 오장환의 시집 "병든 서울"이 5공화국
최대의 간첩사건으로 비화된 사연등은 비극적인 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

그는 딸들의 세배를 교도소에서 받고 아내의 편지를 통해 봄을 느끼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유가 곧 아름다움"이라는
믿음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책에는 또 그가 고교시절 시인 신석정 선생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매실주를 두 주전자나 마시고 어쩔줄 몰라했던 일화등이 함께 담겼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