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9일 범재계차원의 자본재국산화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정부의
자본재 국산화 정책에 적극 화답키 위한 구체적 움직임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30대그룹등 대기업들이 역할분담을 통해 그룹별 특성에 맞게 국산화
과제를 선정키로 한 대목은 자본재 국산화에 관한 새로운 ''해법''이라는 점
에서 주목된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대일무역적자및 국제수지 적자 개선에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하겠다는 것.

통산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월말 현재 무역역자 21억1천만달러 가운데
일반기계류분야 적자가 17억7천만달러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현 전경련회장은 이와관련, "자본재 산업 육성은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시키는 요체"라며 "자본재산업의 육성없이는 후발개도국에
대한 한국기업의 경쟁력 우위확보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이 이번에 마련한 자본재국산화 추진방안은 크게 대기업의 역할과
정부에 대한 주문으로 나뉘어진다.

우선 대기업의 역할과 관련, 오는 23일 올들어 처음으로 현대 삼성 등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를 열어 그룹별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키로
했다.

이는 재계가 이번 대책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부의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국제수지 적자개선노력에 호응하는 일과성행사로 끝내지 않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국산화해야 할 1단계 전략품목으로
수입이 1천만달러이상인 고성능 래피어직기등 13개품목을 선정한 것도
의미가 크다는게 전경련의 지적이다.

이는 기계산업의 경쟁력강화와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 이들 품목부터 우선적
으로 국산개발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이와함께 정부에 대해 국산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장애물을
제거해줄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먼저 국산기계 구입자금을 위한 외화대출규모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전대주 전경련전무는 "올해 외국산기계에 대한 외화대출규모는 50억달러
인데 비해 국산기계는 25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이에따라 정부가 국산기계
보다 외국산기계를 구입하도록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장단이 외국산기계의 덤핑공세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피해
구제제도를 대폭 보완해줄 것을 촉구한 것도 눈길을 끈다.

국내기계업체들이 어렵사리 국산개발해도 외국업체들의 덤핑공세를 받는
경우가 많아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하지만 재계의 ''국산화보따리''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말로만이 아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중소기업들의
한결된 주장이다.

기협중앙회측은 "이제껏 대기업들이 중기에 대한 지원보따리를 풀고, 협력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실행하는 그룹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비판해 왔다.

자본재 국산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친 대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충실히
실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