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등 한국의 대형 반도체회사들이 잇달아 대미 생산기지 건설에
나섬에 따라 미국이 한일 반도체 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게 됐다.

양국 업체들은 특히 최근 메모리 반도체의 주력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16메가D램을 미국에서 중점 생산한다는 계획이어서 한판의 "한일 반도체
대전"이 미국을 무대로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6메가D램의 세계 시장은 미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자체
공급률은 20% 선에 머물고 있어서 시장 전망도 꽤나 밝은 편이다.

미국에는 일본업체들이 한국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 진출해 있는 상태다.

히타치가 4억5천만달러를 들여 텍사스주(댈라스)에 건설중인 16메가D램
공장은 오는 9월부터 8인치 웨이퍼기준 1만장 생산 규모로 본격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NEC(8인치웨이퍼 2만장 가공.8억달러 투자)와 마쓰시타(1만2천장 가공.6억
달러 투자)가 각각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에 짓고 있는 공장은 내년중
양산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같은 일본 업계의 대대적인 공세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일본은 D램 제품중 램버스 등 고부가가치 특수제품에 주력할 전망이어서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은 심하지 않을 것"(김치락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는가 하면 "16메가D램 시장은 96년부터 99년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중 형성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광호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에 대해 "92년부터 16메가D램을 생산해와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거의 끝난 상태"라며 "수율도 일본업체들보다
훨씬 높아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고 있어 한일간 경쟁에서 이겨낼게 확실
하다"고 말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