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파이낸셜 타임스지에 나의 눈을 끄는 삽화가 하나 있었다.

우리나라 경제신문에 전재되기도 한 그 삽화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바닷가
갯바위 위에서 컴퓨터를 옆에 놓고 한 남자가 투망을 던지고 있는 그림
이었다.

첨단 기기인 컴퓨터와 수공업 제품인 투망이 주는 묘한 대조가 무엇인가
하이테크 강국답지 않은 일본의 모습을 꼬집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사의 몇줄을 다 읽지 않고서도 내 예측은 사실로 들어났다.

그 내용은 하드웨어 강국인 일본이 개별 컴퓨터를 연결하여 활용하는
네트워크 환경은 후진국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써 미국 정부기관의 42%와 개인 PC소유자의 52%가 네트워크 환경에
연결되어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정부, 개인 모두 1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정보 인프라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우정상에게 전자우편 주소를
물었으나 주소가 없음은 물론 전자우편의 개념조차 모르더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개인적인 전자우편 주소를 갖고 있지 않으며, 우리
은행의 경우도 이제 전자결제 제도를 도입 활용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어
국내의 초우량 기업들과 비교할때 네트워크 환경에서 아직은 많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만 사용하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려는 노력은 미국의 초우량기업들에 의해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의 확산으로 전자우편은 이미 세계적으로 3천만명이 사용할
정도로 일반화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전자결제제도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그룹웨어 EDI CALS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정보기술의 도입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경영의 흐름은 네트워크 환경을 이용하여 종이없는 사무실을 구현
하고,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하며, 그리고 빠른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사실 이러한 선진기법을 활용하지 않는 경영혁신이나 리엔지니어링은
효과를 기대할수 없을 것이다.

이제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기업문화에 맞느냐 안맞느냐를 따질 시기는
지난것 같다.

이것이 새로운 경영도구요 생존방법이라는 열린 생각으로 제도의 도입과
정착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하루 빨리 매뉴얼 경영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경영으로 옮겨가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