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2호 위성의 성공적인 발사소식이 있은지 채 열흘도 안돼 국내
우주산업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실감케 하는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전자가 국내 최초로 대규모 인공위성 제작사업에 착수, 앞으로
10년동안 모두 40기의 위성체를 제작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국제 위성통신사업인 글로벌스타 프로젝트에 이미 출자하고 있는
현대전자는 지분참여에 그치지 않고 미-이탈리아 회사와 기술제휴로 오는
2005년까지 26기의 저궤도 위성을 제작, 납품키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2000년께부터 대형 위성인 정지궤도위성 14기도 공동제작
한다는 계획이다.

21세기 첨단 유망산업인 우주산업은 얼마전까지 만해도 개도국들로서는
언감생심 엄두도 낼수 없던 분야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분야에 우리업체가 뛰어들어 차세대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겨루겠다고
나선 것은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진취적 자세를 확인한
것같아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현대의 우주산업진출은 국내관련업체간의 경쟁에 불을 댕겨 항공우주기술의
자립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세계 위성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국내 위성산업기술의 현주소를
생각해 볼때 우리가 세계 위성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을 기뻐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고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시설투자, 기술개발, 고급두뇌양성, 마케팅 등이 장기적
안목과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 보듯 우주비즈니스는 국가적 기술역량을 총동원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

첫째 위성체사업이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자립이
시급한 과제이다.

무궁화 위성사업이 그렇듯 위성체 제작사업은 핵심기술의 거의 전부를
외국 회사에 의존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현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밝히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막대한 기술로열티를 주어야만 하는 사업이라면
채산성이 문제가 될 것은 뻔하다.

둘째 위성체 제작사업과 위성통신 서비스사업의 효율적인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하드웨어격인 위성체를 제작-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우주산업의 선두에
설수 없다.

현대가 위성체 납품을 계기로 글로벌스타사로부터 독점 사업권을 얻어
세계 20여 국가에 위성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세계 위성체시장은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800개의 새로운 통신위성을
필요로 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시장의 대량수요가 예상되는등 거의
무한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현대의 위성사업 진출로 우리는 이제 겨우 21세기 우주시장 개척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지만 만만치 않은 국내 전자통신기술력의
총 결집에다 우리기업 특유의 추진력이 보태진다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이룩한 "기적"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