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불과 6년전.
서울시청 가정복지과에서 있었던 일이다.
10여년간 구청에만 근무하다 본청으로 발령받아온 남자직원 한사람이
"여자공무원중에는 구청과장(5급)이 제일 높은줄 알았는데 본청에 오니
서기관과 국장도 있어 놀랐다"고 얘기했다.
그로부터 몇달후 행정고시에 합격한 여성 3명이 사무관 수습을 왔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여성을 바라보며 "과장님 기가 죽어 일 못하겠어요.
주사보가 활개치는 동사무소로 다시 가야겠습니다"하던 남자직원의
넋두리가 기억에 생생하다.
94년말 통계에 의하면 전체공무원 88만9천7백36명중 여성은 23만5천6백20명
으로 26.5%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5급이상은 1.9%로 나타나고 있다.
여권의 신장과 여성의 공직진출은 최근 10년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특히 문민정부에 들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여성의 공직사회내에서의 변화는 3가지면에서 볼수 있다.
첫째는 여성공무원 절대수의 증가이다.
60년대 초반에는 여성은 대부분 임시직으로 시작하였으며 그당시 5급을
(현재9급) 채용시험에는 1~2명이 합격할 정도로 저조한 실정이었다.
때문에 여성공무원의 진출을 높이기 위해 60년대 후반부터 여성을 10%정도
모집하는 남녀구분 모집제도가 도입되었다가 우수한 여성의 응시가 늘어남에
따라 89년도에 폐지되었다.
최근에는 9급의 경우 40%정도, 지방직은 70%까지 여성이 합격하고 있다.
둘째는 여성공무원중 5급이상의 관리자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88년 여성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정부기구로 정무장관(제2)실이 설치되고
지방조직으로 전국 시.도에 가정복지국과 시.군.구에 과단위가 신설되어
지방에도 여성국장이 탄생돼 과장급인 5급 여성공무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5급이상 여성공무원은 9백11명으로 중견관리층으로서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행정고시 사법고시에도 10%이상 합격하여 고위공직
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작년말 정부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방안 10대과제의 하나로 오는
2000년까지 5~7급 공무원의 여성비율을 20%로 끌어올리는 "여성채용목표제"
를 채택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셋째는 여성공무원 보직의 확대를 들수 있다.
여성들은 이제 보건복지부 노동부 뿐만 아니라 통일원 외무부 감사원등
중앙부처는 물론 특허청 기상청등 외청에까지 골고루 배치되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여성공무원 인사관리지침을 별도로 시달함으로써 기획 감사 예산분야
까지 근무하는 분야가 넓어졌다.
여성이 담당하는 보직의 변화는 문민정부 들어서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고
본다.
새정부 첫내각 출범에 장관 3명, 차관 1명을 임명하였고 치안분야인
파출소장 형사반장, 그리고 동장에 여성을 대거 임명하여 일선살림을
맡겼으며 시장과 구청장에 해방후 최초로 여성을 임명한바 있다.
정부가 이런 적극적인 법과 정책을 마련한들 맹렬히 도전하는 여성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최근 민선여성시장의 탄생에 이어 성역과 같은 대사에도 여성이 임명되고
직업공무원의 절정인 1급의 벽도 허물어 "최초의 여성<><>탄생"이란 보도가
계속되는것을 보면서 바야흐로 여성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느낀다.
여성시대가 더욱 가속화된다면 여성의 능력과 지도력이 높이 평가받는
시대도 그리 멀지만은 않은것 같다.
여성인력의 폭넓은 등용에 책임을 공감하면서 한번쯤 여성총리가 탄생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