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Captive Audience란 용어가 있다.

사전에는 "싫어도 어쩔수 없이 들어야만 하는 청중"을 듯한다고 되어
있는데 말그대로 포로가 된 청중을 의미한다 하겠다.

한가지 예로 시내버스를 타면 승객은 각자 원하든 원치않든 운전기사가
틀어놓은 차내방송을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주재중인 어느 외국기자에 의하면 한국의 시내버스에서는
무차별적이고 매끄럽지 못한 방송때문에 가만히 하루일과를 점검해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책을 읽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진행전이나 막간에 보여주는 선전
광고들, 한적한 오후의 적막을 깨뜨리는 자동차 도난경보기의 요란스런
울림, 공연장이나 회의시의 느닷없이 울려나오는 핸드폰이나 호출기 소리,
사무실에서 주위사람을 의식않고 내뱉는 언어폭력 등등 일상속에서 우리를
부지불식간에 Captive Audience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그런가 하면 역으로 아파트에서 초상을 당해도 옆집에서 시끄럽다 하여
유족들이 곡을 못하는 일이 있다든지, 애완견의 성대를 제거해 버린다든지
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볼때 Captive Audience를 피하고자
하는 도시인들의 NIMBY(Not In My Back Yard,지역이기주의)적 경향도 가히
필사적이라 할수 있겠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우리사회에 내 실속만 차리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주위의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는 인간미가 메마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렇게 옆사람에게 폐가 되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나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는 식의 협소한 생각은 세계무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자신을
더욱 축소시켜갈 뿐이다.

이제 우리도 국민소득 만불시대에 접어들었고 금년에는 가히 선진국들의
모임이라 할수 있는 OECD에 가입코자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새해를 맞이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느라 타인을
Captive Audience로 전락시켜 버리거나 또는 Captive Audience가 되지
않으려고 이웃의 초상마저도 이해하지 않으려는 일반통행식 사고부터
버려봄이 어떠할지.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