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길다랗게 생긴 나라 칠레는 지난80년대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이 인플레와 외채에 허덕이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있을
때에도 착실히 성장을 거듭, "남미의 우등생"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10년간만 해도 칠레는 연평균 6.1%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발전을 지속해왔다.

피노체트 독재정권은 민간주도의 투자를 장려하고 수출주력형의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펴 민정이양후에도 칠레경제가 저인플레속에 안정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94년 세계경제포럼과 IMD의 "94년 세계경쟁력보고서"에서는 칠레를 세계
41개국중 종합순위 22위로 평가한 바 있다(한국은 24위).

신흥공업국중에선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에 이어 5위로 놓았다.

국내경제력부문에서는 23위(한국 7위), 국제화부문에서 16위("39위),
정부부문 7위("30위), 금융부문 19위("39위), SOC 21위(" 29위), 기업경영
16위("31위), 과학기술 26위("18위), 인구 24위("20위)였다.

중남미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부문 7위라는 사실이 보여주듯이 칠레는 공무원들이 부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무엇보다도 칠레경제를 특징지을 수 있는 것은 "개방경제"라는 점이다.

90년3월 출범한 문민정부인 파트리시오 아일윈정권과 지난해3월 들어선
에두아르도 프레이정권은 "칠레경제의 국제화"라는 이름으로 개방경제를
가속화해왔다.

피노체트정권하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개방화를 이룩한 칠레가 이처럼
국제화를 천명하고 있는 것은 유럽통합의 가속화, 동유럽의 경제체제전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출범, 미국의 미주자유무역구상(EAI) 선언,
브라질을 비롯한 이웃국가들의 남미공동시장(MERCOSUR)창설 등 주변
국제경제질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뜻이다.

아일윈행정부의 알레한드로 폭슬리 당시 재무장관이 이끄는 재무부
기술관료들과 여권의 싱크탱크인 라틴아메리카경제연구원은 국제화전략의
기본틀을 마련했고 이어 프레이행정부는 시정공약과 대통령의 의회교서
(94년 5월), 에두아르도 아니나트 재무장관의 정책연설(94년8월)등을 통해
2000년을 향한 칠레의 국제화전략을 밝혔다.

프레이행정부의 국제화전략은 2000년까지 칠레를 선진국대열에 올려놓기
위해 칠레경제를 점차 세계시장에 통합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거시경제적인 안정을 발판으로 노.사.정이 단합해서 "주식회사 칠레"를
실현, 수출형경제의 장기적인 활로를 개척한다는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국제화전략의 대원칙은 자유주의원칙에 입각해서 상품서비스시장 및
외국인투자를 개방한다는 것이다.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기위해 지역협정을 활용하고 개방적 지역주의를
추구하며 시장개방 쌍무무역협정 및 다자간 무역기구에 참여함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 등이다.

아시아 태평양각국과의 관계를 보면 칠레는 국제화를 타고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의 교역을 꾸준히 늘려왔다.

94년 아시아는 드디어 칠레의 제1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칠레의 총수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8%, 유럽이 28%,
중남미가 19.8%, 미국이 18.2% 등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에 이어 제2교역상대국이 됐고 한국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과의 교역도 급증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하는 아시아 태평양국가들에 대한 수출액은 94년
37억달러로 9년만에 5배이상 늘었다.

칠레는 94년말 APEC에 가입,중남미의 태평양국가임을 선언했다.

칠레는 또 NAFTA가입도 추진하는 등 다른 경제블록과도 손잡으려 하고
있다.

94년말 미주정상회담에서 캐나다 칠레 미국 멕시코는 칠레가 네번째로
NAFTA에 가입하게 될 것으로 공식발표했다.

칠레의 NAFTA 가입협상은 멕시코 페소화위기, 미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신속처리협상권부여범위를 둘러싼 이견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칠레는 미국이 제시한 NAFTA가입조건중 민주화정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 환경및 노동관행, 현지투자 및 지적재산권문제 중 노동 환경보호
관련규정을 제외한 다른 조건을 갖춘 중남미유일의 국가로 판단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경우 가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프레이정부는 또 MERCOSUR 회원국들과도 통상.경제관계를 증진시키기로
합의하고 있다.

지난94년6월 준회원으로 가입희망의사를 표명한바 있고 2000년까지는
칠레를 포함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한다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밖에 페루와는 라틴아메리카통합기구(ALADI)의 틀안에서 관세특혜협정을
체결, 현재 무관세협정을 협상중이고 콜롬비아 멕시코 베네수엘라
에쿠아도르 등과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 98~99년께 완전무관세교역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과도 서비스부문과 정치자문을 위한 장치를 포함하는
자유무역협정체결을 추진, 조만간 EU회원국에 준하는 정치적 지위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방경제를 표방하는 칠레는 현재 총교역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고 수출비중이 GNP의 35%에 달하고 있다.

최근 경제동향을 보면 92년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칠레는 93년 들어
재정지출확대로 인한 경기가 과열되고 해외수출사정이 악화돼 다소 위축
되는듯 보였다.

수출주력품목인 구리 어분 펄프 등 전체수출품가격이 세계경제침체의
영향으로 하락한 반면 수입가격은 크게 상승, 무역수지가 악화됐다.

내수시장은 조정기를 맞아 소매업 매출신장률이 92년의 12.7%에서 8.7%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12.2%를 기록했다.

칠레정부는 인플레억제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데 94년에는 정부의
안정우선책으로 경제성장률이 4.3%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물가는 지난 34년만에 최저인 8.9%로 억제됐다.

칠레중앙은행은 95년에는 조정기가 끝나 1인당 국민소득 4천5백48달러,
물가상승률 8%, 실업률 5.4%, 무역수지흑자 16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6.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안정된 성장과 개방정책으로 외국인투자가 급증, 94년에는 전년보다 70%
늘어난 46억6천만달러를 기록했고 95년에는 6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
되고 있다.

한국과 칠레는 프레이대통령이 94년11월 방문, 양국간 협력증진을
다짐한바있고 정부와 기업들도 시장다변화차원에서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