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앞두고 최근 한국어문회와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한글전용정책
을 점검하는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의 결론은 "조어역을 저하시켜 우리문화를 외래문화에 종속
시키는 한글전용정책을 조속히 철회하고 국교때부터 한자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글학회는 이런 주장에 대해 그 다음날 즉각 "시대에 뒤떨어진 한문을
가르쳐야 한다는것은 잠꼬대에 지나지 않으며 어두운 과거에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해괴한 소리"라는 내용의 반대성명을 냈다.

해방50년이 되도록 한글전용파와 국한문혼용파로 나뉘어 등을 돌린채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날이갈수록 첨예한 대립만 보이고 있는 국어학자들의
형태를 보는 국민들은 짜증사러울 뿐이다.

"전용론"이나 "혼용론"은 " "국어를 사랑하고 가꾸어간다"는 근본취지는
같지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전용론이 이상론이라면 혼용론은 현실론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한글"이 우리전통문화유산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고, 그것을
오늘날의 한글이 되도록 가꾸어온 선각자들의 길이 기려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 이유가 없다.

정부는 지난90년 세종을 시작으로 주시경 이윤재 최현배 이희승을 매년
"문화인물"로 뽑아 그들의 공로를 기렸다.

금년에는 김윤경이 "10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됐다.

한결 김윤경(1894~1969)은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14세때까지 고향에서
한자공부를 하다가 서울의 상동청년학원에서 주시경의 한글교육에 감화돼
한글연구와 인연을 맺었다.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나와 도쿄 입교대에서 사학을 전공한 그는
한극학회전신인선어연구회와 수양동우회의 창립회원으로 1937년
수양동우회민족운동사건,1942년 조선어학회사건때 체포되어 두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해방직후에는 "나라말본""중등말본"을 써서 국어교육에 앞장섰고
연세대총장(대리)숙명여대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그가 1938년에 저술한 "조선문자반어학사"는 국어연구의 금자탑으로
남겨져 있다.

권용론자의 대표격인 외솔 최현배와 혼용론자인 일석 이희승은 학문적
견해는 달랐어도 우정은 남달리 두터웠다 한다.

그러나 요즘 풍토는 그렇지 않은것 같아 안타깝다.

한결을 기념학교 기리는 주요행사들이 대부분 한글학회의 주최라는
사실이 그런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 우리의 시급한 문제는 "한자버리기"가 "한자끼워넣기"가 아니라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는 서구어의 남용에 대한 대책강구가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