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기침체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대학에서 순수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는 일단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아무런 조치없이 미경제를 그냥 이대로 둘경우 "미국은 내년에
경기침체를 겪게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섀도우 공개시장위원회"로 불리는 경제학자모임의 견해는 미금리가 현재
너무 높아 경기후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앨런 멜처 카네기멜런대경제학교수는 연방준비
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은 경기침체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단언한다.

경기침체론이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달전 지난 2.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0.5%밖에 안됐다는 임시집계가 나왔을
때도 경기침체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다 2.4분기 성장률이 1.1%로 수정집계되자 침체론은 잦아들었다.

섀도우공개시장위원회의 경기침체전망은 통화주의적인 관점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경제가 적정성장을 유지하려면 연간 통화증가율이 6%는 돼야 한다는게
이 위원회의 평가다.

하지만 지금 통화증가율은 4.5%에 지나지 않아 통화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쓰지 않을 경우 경제가 후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FRB가 작년초부터 올초까지 실시한 금리인상으로 통화증가율이
떨어졌다고 비판한다.

이때문에 FRB는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26일엔 반드시
금리를 인하, 통화공급량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재야공개시장
위원회의 결론이다.

섀도우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73년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본따
만들어진후 FRB의 금융정책을 추적, 연구해 오고 있다.

사실 FRB도 하반기들어 경기침체가능성을 희미하게나마 감지하고 금융완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기는 했다.

지난 7월6일 연방기금금리를 6%에서 5.75%로 내린 것이 그 실례였다.

그러나 지금은 추가금리인하를 망설이면서 차일피일 금리인하를 미루고
있다.

그냥둬도 경제가 2.5%안팎의 적정성장률을 달성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섣불리 금리를 더 내렸다간 물가만 불안하게 만들수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섀도우공개시장위원회의 전망대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인가.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지도 않다.

미경제는 이미 경기사이클상 성장정점을 지나 하강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92년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회복세는 작년 4.4분기에 6%에 육박하는
성장률로 피크에 올랐다.

그후 올들어 분기별 성장률이 1~2%대로 급락, 경기침체가능성을 어느정도
엿보여 줬다.

금리변경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9~12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할때,경기과열방지를 위해 그동안 실시된 고금리정책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 올연말이나 내년초쯤 경기후퇴가
현실화될수도 있다.

이처럼 경기침체우려가 재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체의 이코노미스트들로
구성된 전국비즈니스이코노미스트협회(NABE)는 11일 미경기확장세가 내년
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 눈길을 끈다.

NABE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9%를 기록하고 내년엔 다소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적정성장률에 근사한 2.4%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로선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섀도우공개시장위원회나 침체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FRB와 NABE, 양쪽중 어느편이 옳은지 알수 없다.

요즘 나오고 있는 여러 경기지표들이 경기확장과 축소 양편으로 갈려져
있는 탓이다.

다만 현 3.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발표되는 내달 말쯤이면 경기후퇴가능성
여부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