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우 <한국 P&G과학기술부장/공학박사>

지난 8월1일자 한경광장에 실린 "스티로폴 포장재가 환경훼손 적다"와
이에대한 반론으로 제기된 8월22일자 "펄프몰드, 스티로폴보다 더
환경친화적"에 관하여 각 업계의 목소리가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서 포장재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먼저 양측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모순은 환경친화성을 주장하면서
원유나 펄프 폐지의 수입에 따른 외화손실로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환경친화성을 논하는데 있어서 경제성,외화손실,업계의 도산 우려등을
거론하는 것은 각자의 주장에 있어 과학적인 근거가 약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환경문제는 그 자체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필수적이다.

또 하나는 펄프의 원료가 되는 산림자원은 펄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산림이 확대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 펄프는 경제림으로 조성된 자원에서 비롯된다.

종이용 펄프에 사용되는 나무의 수요가 없으면 이를 공급하는 산림업자들이
나무의 재배를 줄이게 된다.

팔리는 만큼 재배하기 때문이다.

스티로폴 지지자의 환경친화성 주장 부문에서 스티로폴은 쓰레기 매립장에
침출수가 발생하지 않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매립지의 문제는 침출수의 발생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매립지가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에 매립지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스티로폴 반대자는 펄프몰드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사실은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주장하였는데,과학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는 잘못된 상식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또 스티로폴이 500년동안 썩지 않는다는 주장도 역시 이것이 난분해성임은
틀림없으나 그 수치는 구체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

소각시 다이옥신의 발생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펄프몰드 제작시 물의 70%가 증발한다고 하였는데 수자원의 손실도 날로
심각해져 가는 환경문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욱 환경친화적인가.

또 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에 대하여 과학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
보자.

환경친화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방법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전과정 평가( Life Cycle Assessment:LCA )라고 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현재 제정중인 환경경영표준(ISO 14000)에 포함되어 있어 곧
환경진단기법의 표준으로 사용될 것이다.

전과정 평가란 제품 공정 서비스등에 대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전과정에 걸친 자원및 에너지의 사용 대기 수계 토양의 오염물 배출을
정량화하고 이를 최소화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줄여가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매우 과학적인 접근법이다.

여기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 함은 원료 추출 제조 또는 가공 수송및
유통 사용 재사용 유지및 보수 재활용 폐기물 처리에 이르는 전과정을
의미한다.

환경친화성 제품이나 포장의 성능이 기존의 그것보다 저급할 경우 수명
단축이나 수송 중의 파손에 의한 폐기물 발생이 증가하게 되어 총체적인
환경 배출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환경친화성을 빙자한 성능의 저하를 수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조시 발생하는 불량률 역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불량률을 1% 줄이면 자원 에너지 배출물을 1%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므로
현재 업계에서 진행중인 "100PPM운동"은 전과정적인 환경보호에 가장
실제적인 방법중의 하나라고 할수 있다.

스티로폴과 펄프몰드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친화성 논쟁은 전과정
평가 결과에 의하여 결론내려야 마땅하다.

정부차원에서도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규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업계로 하여금 스티로폴과 펄프몰드의 전과정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여 그 결과에 따라 각각 제품의 장점을 제고하고 단점을
보완하여 성능 향상과 환경훼손방지라는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여야
한다.

두 업계는 대표성을 지닌 제조 공정을 공개하여 이에 관한 투명한
데이터를 이용한 전과정 평가의 실시 결과에 따라, 예를 들면 스티로폴업계는
부피 축소, 회수재활용률제고등에, 펄프몰드업계는 수자원 사용의 감소,
제품의 상품성및 재활용률 제고, 퇴비화 가능성 검토등에 노력을 경주하여
환경 개선의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