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교포 2세들이 속속 국내증권업계에
진출하고 있다.

대개는 외국증권사국내지점에서 일하지만 국내증권사 국제영어부문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적이나 성장지에 상관없이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이들을 국내에선
흔히 "코메리칸"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와 뛰어난 외국어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금세 이름을 날리곤 한다.

이들에겐 버젓한 한국이름도 있지만 대개는 외국이름에 한국성이
붙은 국제화된 명함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또 활동무대도 한국내 영업점은 물론 뉴욕 런던 홍콩등을 가리지
않고 있어 명실상부한 국제영업맨들이다.

이들은 전천후증권맨이라기 보다는 자기업무가 비교적 특화돼 있는게
특징이라면 특징.

발행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허버트 리.UCLA출신으로
미국계증권사인 CS퍼스트보스톤증권에서 출발,W.I.카를 거쳐 최근
다시 친정인 CSFB서울지점으로 다시왔다.

허버트 리는 외국증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중 발행시장경력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CSFB는 스위스쪽 발행을 전담하다시피하고 있는데 허버트 리의 활약덕을
많이 보고 있다.

또 W.I.카의 헨리 김은 콜롬비아대학을 졸업하고 뱅커스트러스트를
거쳐 J.P.모건에서 한국계은행을 주고객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기업금융
분야에서 일하는 최인준씨등도 발행분야의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코메리칸들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곳은 역시 유통시장쪽.

최근 숀 골드릭스에 이어 제임스케이플증권 서울지점장을 맡은
허만정은 30대중반의 젊은 나이다.

그는 어렸을 때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그곳에서 치과대학을 나온
특이한 전공의 소유자다.

이어 국내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주식시장개방전에 홍콩의 W.I.카에서
한국물을 매매,탁월한 실적을 거두었다.

절정기를 달리던 90~91년엔 보너스만 1백만달러가 넘었다는 후문.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지식외에도 알고 있는 것을 1백20% 표현하는
탁월한 화술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메릴린치의 에드워드 김,제임스케이플 진 양이사,베어링 김헌수씨는
홍콩에서 한국주식을 세일즈하는 한국인들로서 최고수준의 실적을
올리고 있어 이른바 "홍콩3인방"으로 불린다.

특히 양이사는 국내에서 근무한 경력은 없으나 92년이후 W.I.카에서
일할때 한국물거래에서 한국계 교포 브로커중 활약이 가장 돋보였던
사람.

국내증권사들은 최근 국제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코메리칸증권맨들을
대거 불러들이고 있다.

과거엔 국내증권사를 "후진국형 증권업의 표본"정도로 치부하던
코메리칸들도 국내증권사의 일취월장하는 해외업무활동과 국내주식시장의
발전에 끌려 점차 국내사의 스카웃제의를 수락하는 분위기다.

슈로더증권에서 근무하다 최근 LG증권으로 옮긴 필립 함은 바로 이런
추세를 대표하는 인물.미국에서 자라나 예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슈로더증권 서울지점에서 출발,런던에서 세일즈맨으로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주식시장에 대한 논리적 접근과 해석능력으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한때 슈로더약정의 40%를 유치할 정도로 유럽의 펀드매니저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았다.

LG증권으로 옮기면서 활동무대도 런던에서 홍콩으로 바뀌었다.

국내증권사들의 국제화경쟁및 외국증권사들의 우리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늘리기경쟁속에 외국사가 국내영업맨을 데려다 쓰고 국내사가
외국사의 코메리칸들을 모셔오는 "인력의 회전문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정진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