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악성루머를 뿌리뽑겠다고 나선 정부의 기세가 이례적으로 등등하다.

과거 증시루머에 대한 당국의 조사는 헛 소문의 소멸과 함께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지만 이번만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대검찰청 재정경제원
증권감독원 등에 총동원령이 내려진 것을 보면 그냥 흐지부지 넘길성 싶지
않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증시루머에 대해 정부가 이처럼 전례없이 단호한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은 악성 루머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도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증시를 휘젓고 다니는 여당측에 불리한 온갖
루머들을 그냥 두었다가는 선거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또 그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보장되고 있는
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와 루머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칼로 두부모
자르듯 확연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또 법적으로 헛 소문을 퍼뜨리는 자는 형법 313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수 있게 돼 있으나 현 실정상 법적용
도 간단치가 않다.

과거 수없이 되풀이 된루머조사가 대부분 흐지부지되고 만것도 그 때문
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악성 루머의 진원지를 끝까지 찾아내 엄히 다스려야 한다
는 것이 정부의 의지이자 우리의 견해이기도 하다.

최근 증시에 나돌고 있는 정치상황과 관련한 루머들은 자금사정과 관계없이
많은 기업들을 부도위기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정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설 등은 정치권
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악성 루머들이 증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일으키는 폐해의 심각성을 따져볼 때 근원적으로 발본색원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강력한 단속 못지 않게 유념해야 할 한가지 사항이 있다.

악성루머 때려잡기가 정보흐름의 순기능까지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건 증시는 생리상 정보를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각종 루머가
떠다니게 마련이다.

250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우리 증시의 규모로 볼때 헛 소문이 없을수
는 없다.

고의적인 악성루머는 철저한 수사로 근절시쳐야 하겠지만 루머단속이 너무
정치적 시각에 치우친다거나 기업의 건전한 정보활동까지 위축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범정부적 루머조사를 계기로 루머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정보가 자유롭게 교환될수 있도록 정보
유통 채널을 넓혀주는 보완책도 아울러 강구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