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억 한국산업연구원(KIET) 신임원장은 "장자리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
인데..."라며 겸손하게 입을 뗀뒤 "변화된 시대에 맞게 산업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겠다"고 운영방침을 밝혔다.

이원장은 산업조직론을 전공하고 20년간 KDI를 지킨 대기업정책전문가이자
김영삼대통령과 야당생활을 함께 한 전신민당최고위원 이충환씨의 아들로
문민정부출범후 요직발탁설이 끊이지 않았었다.

이원장은 세계무역기구(WTO)출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준비등으로
정책환경이 변화하는데 발맞춰 정부정책을 뒷바라지하는게 KIET의 주목표
라고 강조했다.

또 지적재산권분야등 KIET의 공백부분을 메꾸는 한편 정부.기업과의 연계를
강화, 유럽연합 북미자유무역협정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확산기능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원장은 특히 대기업그룹들의 소유집중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세계화 개방화가 진행돼 경쟁이 본격화되면 업종전문화 소유분산 독립
경영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제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는만큼 정부가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기업들도
소유집중완화를 받아들일 것이라는게 이원장의 전망이다.

이원장은 "아직 업종전문화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기업들이 불편을
안느끼는 것같다"며 "이는 정부의 업종전문화정책이 기업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정책에 대해선 "말만 많았지 별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정부정책의 방법에서도 제도적인 장치를 우선으로 하고 직접적인 정책으로
는 미세조정만 하도록 전반적인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게 이원장의 생각
이다.

대기업정책에서도 기업들의 문어발확장은 막돼 스스로 알아서 미래산업으로
옮겨갈수 있도록 하는등 무리한 개입은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