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선물시장 개설을 불과 9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최근 영국
베어링 투자은행의 대규모 파생금융상품 투자손실 사건은 파생상품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피해 당사자가 금융기관이라는 점,그리고 그 거래가 일반적으로
사전관리가 어려운 장외거래가 아니고 거래소를 통한 장내거래였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것 같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건 경위 발표가 없으나 가장 신빙성있는 추측에
의하면 닛케이225 지수옵션을 이용한 투자 전략 " short straddle "전략
수행과정에서 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자 지수를 끌어올리기위해
선물을 집중 매수하여 물타기를 했으나 지수하락이 심화되자 손실이
더욱 가중되어 결국 베어링사의 파산사태에까지 이르렀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사건이 일어날수 있었던 것은 크게 3가지 요인이 복합작용한
것으로 볼수있다.

첫째 "과도한"투기적 거래가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닛케이지수가 3월까지는 18,500~19,500사이의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근거해서 쇼트스트래들이라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것은
지수가 이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지수 괴리폭에 따라 무제한적으로
발생할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투기 거래이다.

둘째 내부 통제의 실패이다.

베어링사가 그동안 실적이 우수했던 딜러인 닉 리슨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사후 감독을 소홀히했던것 같다.

특히 리슨은 결제업무에 상당히 정통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어 그가
이를 이용하여 회사의 감시를 피할수 있었거나 혹은 다른 결제업무
담당자들과 공모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셋째 동일 상품의 복수시장거래에 따른 외부통제의 실패이다.

통상 거래소를 통한 파생상품 거래는 장외거래와는 달리 비교적 제도적
으로 사전관리가 용이해 사건의 악화를 막을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는
닛케이225가 오사카 증권거래소와 싱가포르 금융선물 거래소에서 동시에
거래되고 있어 거래소 차원에서 전체적인 거래동향 파악이 어려웠던 것
같다.

이러한 3가지 요인중 어느 한가지 만이라도 피할수 있었다면 금융기관이
파산에까지 이르게한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애 대해 다시 한번 이해와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고 그에 따른 적절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파생상품 취급을 기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사고라고 여겨진다.

나아가서 그 자체가 금융발전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위험한 사고일수도
있다.

다양한 파생상품의 경제적 순기능이 경제발전에 공헌하는 정도는 쉽게
측정할수 없을만큼 무한하다고 볼수 있다.

화폐와 금융발전이 한나라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 쉽게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이미 금융이 발전한 선진국에서는 파생상품거래는 불가피한 거래
기법으로 파생상품의 규모도 액면으로 GNP규모의 수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생상품거래에 따르는 위험성에 대한 적절한 준비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파생상품 도입및 이용에 대한 보다 적극적 자세가 오히려
아쉽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