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베어링사가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 실패해 사실상 파산 네덜란드
ING사에 넘어갔다.

파생금융산품은 금융공학의 발달과 상품다변화에따라 지난 70년대초반부터
미국을 시발로 세계각국으로 확대된 금융상품이다.

우리나라에도 내년에는 파생금융상품의 하나인 주가지수선물시장이
개설된 예정이다.

주가지수선물시장의 개설을 약 7개월 앞둔 시점에서 터진 베어링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주고있다.

특히 최근 엔화강세로 금융선물시장을 조기에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있는 마당이어서 국내 선물시장도입 타당성과 시기를 다시
검토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있다.

따라서 베어링사건의 내막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 베어링사건의 배경= 베어링사건은 리슨이라는 직원이 니케이지수가
일정범위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쇼트스트레들이라는 상품에 손을
댔으나 지수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하락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외국의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닉 리슨은
지난해 12월 니케이지수가 3월말까지 1만8천5백엔에서 1만9천5백엔의
박스권을 형성하며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스트레들이란 양다리를 걸친다는 뜻으로 박스권 형성되리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용되는 금융상품이고 스트레들 앞에 붙은 숏은 매각한다는
뜻이다.

이에따라 리슨은 지수를 팔수있는 권리인 풋옵션과 살수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동시에 약 4만4천계약(36억달러)발행했다(팔았다) 니케이지수가
예상한 범위내에서 움직이면 발행액만큼 이익을 볼수있지만 일정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벗어나는 만큼 손해를 보게되므로 매우 투기적인
전략이었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쇼트트레들전략을 세운지 한달여가 지난 지난 1월 23일 고베에서
전혀 예상치 않았던 지진이 발생하면서 니케이지수는 리슨이 예측했던
범위를 벗어나 1만7천엔대이하로 추락하고 말았다.

리슨은 풋옵션과 콜옵션을 발행한 자금으로 니케이지수를 지탱시키려고
시도, 일시적으로 성공하기도 했으나 대세를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베어링사의 손실은 니케이 지수가 내리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3월물의
결제일인 10일이 지나면서 9억파운드(1천4백억엔)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원인과 시사점= 국내외 증시전문가들은 베어링사의 파산을 두고
회사내부통제제도상의 헛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고있다.

베어링사가 리슨의 능력을 인정해 권한을 너무 많이 주었거나 주었더라도
범위를 불분명하게 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한다.

또 권한범위가 명확했더라고 운영을 잘못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기업들은 내부통제제도를 잘 마련하고 아울러
직원들이 이러한 규정을 지키도록 평소에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우증권의 최순식부장은"책인과 권한을 명확히 해주는 포지션제도를
도입, 투자한도와 투자기간 그리고 손실한도와 그 기간을 개인별 팀별로
설정해주고 이를 어겼을 경우의 벌칙도 명확하게 규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관리제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더라고 결국은 제도를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직원에대한 선발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주가지수선물시장을 도입하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야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투기목적의 선물거래가 주류를 이루게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증거금률등에 대한 면밀하고도 보다 광범위한 전문가들의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있다.

대신증권의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투기목적과 헤지목적의 구좌를 구분,
헤지목적의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
수수료도 투기목적보다 낮춰주고있다"며 투기거래는 억제하고 헤지거래는
활성화시킬수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금융선물이 예측이라는 투자행위를 전제로 하고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예측이라는 것이 담보되지 않는 우리시장에서는 선물이
크게 성장할수있는 토양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의 인위적인 주가조작이나 시장개입등은 합리적인 예측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본적인 행위자체를 부정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주가지수선물이라는 금융상품의 도입이 기정 사실화된 마당에
관계당국과 당사자들이 서둘러야 할 일은 베어링스 은행의 파산과 같이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가지 준비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