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하면 일반인들은 에로티시즘을 연상하고 또 부분적인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생각에서 벗어나 누드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교감을 느낄수 있는
훌륭한 장르라는 점을 일반인들이 인식할수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
습니다"

13-23일 서울강남구신사동 인데코화랑(511-0032)에서 여섯번째 개인
전을 갖는 누드화가 강명순씨(55)는 누드화를 통해 인체의 아름다움이
예술로 승화된 모습을 볼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종교적인 체험도 누드화를 그리게된 이유가 됐다고.

"하나님을 가까이한뒤로 창조주와 인간의 벗은 모습에서 가장 아름
다운 모습을 느꼈습니다.

인간은 적어도 에덴동산에서는 순수한 모습 그대로였지요.

죄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옷으로 몸을 가리게 된거지요"

강씨는 순수한 인간의 모습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도 에로틱하게
비쳐지지 않는다고 덧붙이고 누드화의 진면목은 이처럼 인간이 갖고
있는 순수성을 탐구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누드작업은 집요할만큼 철저하지만 사실묘사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따라서 인체의 모습이나 색감에 얽매이지도 않고 매우 다양한 포즈를
동일한 공간에 구성시키기도 한다.

"표정 또한 여느 누드화와는 판이하게 다르지요.

대부분 우울하거나 침잠되어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어요"

그는 나부들의 고뇌에 찬 표정은 곧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삶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전했다.

강씨는 서울대미학과를 졸업한뒤 누드전문학교인 파리그랑슈미에르
미술학교를 수료했다.

이번 전시회에 맞춰 그동안 해온 누드드로잉과 신앙생활과 관련된
이미지드로잉, 해외스케치 에세이들을 묶은 "세월이 흐르는 소리"
출판기념회도 가질 예정.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