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뛰기 시작했다.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새로운 전략을 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시기에 국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앞서가기위한 전략으로
개발해낸 특이한 경영방안과 현상을 캐본다.

기술융합화를 비롯 국제계열화 본사해외이전등 지금까지 나타난적없는
각종 실태를 시리즈로 싣는다.

< 편집자 > 자동차부품업체인 한국엘콤은 최근 미국업체의 수급기업이
됐다.

미국의 GM사에 1차 벤더로 선정돼 자동차부품을 고정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일반적인 수출이 아니라 계열화성격의 장기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이름있는 대기업들조차 GM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거나 부품을 수입해오는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GM의 협력업체가
된것은 놀라운 일이다.

완전히 맨발로 뛰어 일궈낸 성과다.

이 회사가 GM에 공급하게 될 품목은 브래킷 클러치커버 하우징등
30가지 부품.연간 약 7백만달러어치를 고정 납품하게된다.

공급기간은 일단 10년으로 하고 있다.

요즘들어 미국의 자동차회사를 비롯 항공기회사 컴퓨터회사등에
이처럼 계열화업체로 선정되는 중소기업이 활발히 늘어나는 추세다.

계열화란 계열기업이란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모기업과 수급기업이
하나의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전에 설계나 기술개발등에 공동으로
참여한 뒤 장기계약을체결하고 부품의 고정공급관계를 수립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같은 계열화는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사이에만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기업과 국내 중소기업들사이에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업세계화전략이 생겨난 셈이다.

신축관이음쇠를 생산하는 성진기공도 이탈리아 자동차회사인 피아트사가
생산하는 신형승용차인 푼토에 자동차부품인 벨로우즈를 고정납품하는
국제계열화관계를 가졌다.

벨로우즈란 자동차와 항공기등에 필수적인 관이음쇠.성진기공은
매년10억원이상의 R&D(연구개발)투자로 3명의 사내공학박사들이
직접 기술을 개발해낸 결과라고 평가한다.

밸브제조업체인 신우공업은 이보다 한발 앞선 케이스다.

자동정류량조절밸브제조기술을 미국회사에 공급,현지에서 부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우ING는 영국스코틀랜드에 현지공장을 세워 영국회사에 계측기를
고정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완제품을 만들어 마케팅업체와 계열화관계를 수립한 기업도 적지
않다.

금속가구전문업체인 삼신은 미국의 디자인 리소시즈그룹과 사무자동화가구를
3년간 6천만달러어치를 고정납품키로 했다.

중소항공기 제작업체인 동인산업은 미국의 아론에이션사에 경비행기를
납품하는 길을 트기도 했다.

업계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 가운데 이러한 국제계열화관계로 고정납품을
하기 시작한 기업은 계양전기 영신금속등 약2백개업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 가운데는 거의 대부분이 자동차부품업체로 고정납품규모는
총 14억달러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도 국제화에 발맞춰 앞서 달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부품은 지금까지 신차부품을 고정납품하기보다는 애프터서비스
시장에 부품을 내놓는데 치중해왔으나 드디어 일본의 히노를 비롯
미국의 GM 크라이슬러,이탈리아의 피아트등에 수급기업으로 등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부품수출에 비해 국제계열화관계를 맺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단 부품의 품질수준이 검사를 거치지 않아도 될 만큼 표준화되고
정확도가 높아야한다.

그만큼 해외모기업이 고정납품계약에 엄격성을 요구한다.

피아트고정납품업체인 성진기공의 김용호사장은 "국제 계열화관계는
일반수출보다 첫 납품관계를 얻어내기가 힘들지만 일단 수급기업으로
지정되면 장기사업계획을 세울 수있는데다 시스템화된 공급으로
물류비용을 크게 중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밝힌다.

이들 중소수급기업을 선두로 앞으로 국제계열화에 의한 수출물량은
엄청나게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지금까지 1회수출에 치중한 나머지 마케팅비용 통신우송비용등으로
괴로움을 당해왔던 중소기업들이 2~3년간 중기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유도 갖게됐다.

중소제조업계에 국제계열화란 새로운 바람이 엄청나게 확산될 전망이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