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25일, 북한내 권력서열 2위인 오진우가 극비리에 프랑스
파리에 나타났을때, 서방소식통은 갖가지 관측으로 혼란되었었다.

결국은 폐암치료를 위한 외유로 판명되었지만 그후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채 꼭 4개월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오진우의 사망으로 북한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상무위원은
김정일만 남게 되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일성 김정일 오진우등 3명이었으나 작년에
김일성이 사망하였고 금년들어 오진우가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사실상 최고 정책결정기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충하거나 폐지, 또는 방치하는등 세갈래 선택의 길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 오의 죽음은 김일성을 따라다닌 빨치산출신 혁명1세대 원로
그룹이 퇴진하고 혁명2세대 그룹이 실세로 부각되는 지도층의
세대교체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의 직계로서 북한정권의 수립과 함께 당 정 군등의 요직을
차지했던 빨치산출신들은 이제 대부분이 죽었다.

안길은 47년에 병사했고 김책과 강건은 6.25전쟁초에 전사하였
으며 최용건 김광협 임춘추 최현 오백룡 서철 김일등도 죽었다.

아직도 현직을 지키고 있는 인물로는 국가부주석 박성철,
총참모장 최광, 제2경제위원장 김철만, 국가검열위원장 전문섭,
사회안전부장 백학림, 호위총국장 이을설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80을 눈앞에 둔 고령으로써 노쇄해 가고 있으
므로 실질적인 퇴진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할수있다.

이들은 오와 함께 김정일 후계체제의 후견세력이라 할 수 있었
으나 이제는 김정일의 권력체제 구축에 거추장스런 존재가 될수도
있다.

그러나 김정일체제를 떠받칠 혁명 그세대의 핵심인물들도 따지고
보면 빨치산세대의 후예내지 인척들이다.

오극열 연형묵등은 항일 빨치산의 유자녀들이고 김국태는 김책,
최용해는 최현, 강창주는 강건의 아들이고 강성산 김경희 장성은
김정일의 친인척이 된다.

그러므로 오의 죽음으로 북한내에 당장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형태이든 북한의 체제및 군부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는 그가 인민무력부장이었으므로 북한 군부의 세대교체를
가속 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정권내의 인사와 동향이 아주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