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으로 치닫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한국과 미국의
통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통상산업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도 미중무역전쟁의 불똥이 한국으로
튀지않을까 고심하면서 한미통상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간에 뜨거운 통상이슈가 없다는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양국기류를 걱정할 만한 작은 징표들이 감지되고 있어 미중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

샤를린 바셰프스키 무역대표부(USTR)부대표가 지난2일 미하원에서
한국의 무역장벽을 비난한것이나 워싱턴에 소재한 한국경제연구원(KEIA)이
미국통상관계자들의 대한강경기류를 전해온 것들이 그대표적인 예다.

미국에서 날아온 이같은 "불길한 소식"의 진위를 놓고 국내에서
왈가왈부가 한창인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무역보복의 칼을 빼들어
한국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통산부는 이와관련,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하나그렇다고 특정사안에 대한 껄끄러운 분쟁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양국의통상기류가 미국의 대중국제재협박으로 더악화될
소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통산부는 그근거로 미국의 대중국제재의 발단이 된 지적재산권침해문제와
관련,중국과 한국을 동렬에 놓고 볼수없다는 점을 들고있다.

통산부의 한영수통상무역3심의관은 "미국은 지적재산권침해와 관련해
중국을 1년안에 보복할수있는 우선협상대상국(PFC)로 지정했으나
한국은 보복조치의무가 없는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심의관은 "특히 미국은이미 작년 6월30일 중국에 대해 6개월간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보복하겠다고 선포한 만큼 "예고된"보복협박을
한국과 연결지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수입 농수산물유통기한문제 지적재산권등
여러가지의 자잘한 현안에 대해 "오랫동안 실망"해온 데다 미국의
통상관계자들의뇌리에 "한국은 믿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깔려있어
앞으로 한국이 통상외교를 펼치는데 적잖은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실망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막바지에 한국이 오퍼리스트(개방계획)를
슬쩍 바꿔버린데서 심화됐고 아직도 개선되지않고 있다는게 통상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은 최근 한미간의 우루과이라운드후속협상자리에서도 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확대및 상업차관허용문제등 금융시장개방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불만족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는 3월2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금융정책실무회의(FPT)에서 이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따라 한미간에 흐르는 "불편한 기류"가 조기에 시정되지 않고
개별현안에 대해 미국의 대한요구가 먹혀들지 않을땐 중국에 대한
응징조치와 같은 쌍무적인 압력이 강화될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대중국제재가 한국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강건너
불을 보듯 할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선 이기구를 활용,통상현안을 해결해야
하지만 미국은자국법에 따라 언제든지 협박의 칼을 빼들소지가 크다.

공교롭게 공로명외무장관이 미국을 방문중이고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도
오는 12일 대미외교를 떠날 예정이어서 양국간의 관계를 재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장관은 미키캔터미무역대표부 대표,브라운상무부장관등을 만날예정이다.

한덕수통상무역실장은 "박장관의 방미목적은 양국간의 우호분위기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있다"고 말했으나 미중마찰등으로 미국을 향하는
그의 발검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는게 주위의 관측이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