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에서 오늘날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지배적인 위치를 세계는 모르지
않는다.

무역은 본래 동서로 분리운영돼 왔지만 정치 외교 군사분야에서 미.소
양국극계제 붕괴되고 미국이 새로운 세계질서구축의 리더로 부상하면서
국제통상분야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지난해12월의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타결이나 이제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눈앞에 보게된 현실등이 모두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임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다.

비중은 줄었어도 규모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제1의 무역대국이며 국제
무역규범을 자신의 잣대로 재결하는 경향이 있다.

슈퍼301조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은 지금 의회에 제출된 자신의 WTO협정 이행법안에서 보조금관련
개도국을 미통상대표(USTR)가 지정할수 있게 했다는데 이 역시 국제무역규범
을 미국이 자기의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경향의 연장이라고 우리는 본다.

지난10일 민자당사에서 열린 WTO설명회에서 드러난 그같은 내용이 만약
법제화된다면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등과 함께 개도국에서 제외됨으로써
직접적인 불이익을 당하게될 전망이다.

공산품 분야에서 수출 보조금등을 앞당겨 철폐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안에는 한국을 명시하진 않고 있지만 관련 조항의 취지는 바로 한국등의
개도국제외에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 조치가 장차 우리의 대외 교역에 얼마만한 불이익을 초래할 것인지는
알수 없다.

수출에 대한 각종 지원이 이미 상당부분 소멸되는 과정에 있는 만큼 그리
대단치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미국의 그같은 행보가 유럽연합(EU)등 여타 선진 통상권으로 확산될
소지를 제공하는데 있다.

그렇지 않아도 EU는 한국의 일반특혜관세(GSP)졸업을 검토해온 터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역시 어느 한 국가의 일방적인 규범설정이다.

우리자신 언제까지고 개도국지위를 고집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이 그것을 자신의 국내법으로 일방적으로 강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개도국의 범위는 극히 넓고 다양하다.

WTO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국제사회가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

미국은 그걸 따르면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