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랭크 페트로 (CSC인텍스 아태담당 사장) ]]]

리엔지니어링 혁명은 한국기업들에게 근본적이고 중요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지금까지 성공한 기업들도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경영전략을 취해야 한다.

지금까지 아시아 기업들의 전통적인 성공기반은 대량생산이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끊임없이 단위생산가를 낮추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시장점유율이 마진보다도 우선하는 최대의 목표였다.

아시아기업들은 오로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기 위해 가격인하도 서슴지
않았다.

시장점유율 증가를 위한 생산력확장도 뒤따랐다.

현대, 금성, 포철등도 이같은 전략을 채택해 왔다.

기업조직도 대량생산 중심으로 짜여졌다.

고급 숙련공들은 정해진 규율과 절차에 순응하도록 교육받았다.

개인의 자율성은 무시됐으며 봉급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연공서열에
따라 결정됐다.

물론 이같은 경영방식이 지금까지는 한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경쟁기반 자체가 다르다.

한국기업들은 완전히 변신해야 한다.

이를위해 다음 3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건실한 기업가정신을 가져야 한다.

한국기업들은 생산, 시장점유율등 눈에 보이는 요소에만 촛점을 맞춰왔다.

아시아기업들은 이제 기업에 대한 복종이나 사규준수를 보상의 잣대로
삼는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모험적인 기업가정신을 도입해야
한다.

PC산업이 걸음마를 시작하던 지난 81년, 휴렛팩커드사는 데스크톱레이저
프린터 사업에 착수하면서 이를 별도의 사업분야로 분리, 운영하는 과감한
정책을 썼다.

오늘날 휴렛팩커드의 "레이저젯"모델은 모든 프린터의 모델이 됐으며
이사업 분야는 휴렛팩커드 세전수입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AT&T도 이에못지 않게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모범기업이다.

AT&T는 지난 81년까지만하더라도 관료주의적이고 진부하며 보수적인
기업의 대표였다.

그러나 지금은 공격적인 혁신기업으로 변신했다.

AT&T는 주력사업인 장거리전화외에도 유니버설신용카드를 통해 금융서비스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최근에는 맥코셀룰러를 매입, 무선통신및 셀룰러폰 산업에서도 강자로
떠올랐다.

둘째,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민첩한 영업전략이 필요하다.

무조건 많이 만들고보자는 식의 대량생산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들은 최종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생산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생산방식을 다양화하고 온갖 정보기술을 동원한다.

여기에 실패한 대표적인 기업이 일본의 개인용컴퓨터(PC)회사인 NEC이다.

NEC는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소매채널을 통한
판매기법을 고수, 미국시장에서 쫓겨났다.

반면 델, 패커드벨, 컴팩등 다른 PC업체들은 메모리, 마이크로프로세서,
대형모니터, CD-ROM소프트웨어등을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맞춤제작한
데스크톱 시스템을 6천달러에 소비자들에게 직접판매하는 새로운 방식을
취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909년 설립된 영국의 자동차화사인 모건모터스사는 지금도 완전
수작업으로 자동차를 만든다.

모건은 지난해 자동차생산대수가 4백80대에 불과했을 정도로 소량생산을
한다.

이때문에 모간자동차의 주문이 6년치나 밀려있는 상태이다.

생산물량이 작고 제작공정이 힘든 대신 모간의 자동차1대당 세전수익은
1천4백53달러에 이른다.

현대나 도요타같은 대량생산업체의 5-7배에 이르는 액수이다.

아시아에도 이처럼 소량생산, 높은 마진, 독특한 판매전략등을 구사할 줄
아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필요하다.

셋째, 회사안에서 정보를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에서는 정보가 간부들에게만 집중된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정보가 조직전체에 얼마나 빠르고 쉽게 전달되느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예컨데, 월마트 직원들은 매장의 인기품목과 비인기품목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을 통해 매일매일 판매상황을
체크한다.

대개 영업직은 구매계약을 중시하는 반면 재무직은 마진에 가장 큰 주안점
을 두기 때문에 서로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월마트에서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이들사이에 긴밀한 팀워크를
이뤄가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위해 한국 기업들은 개인용 컴퓨터(PC), 근거리통신망(LAN),
전자메일등 사무자동화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위계질서만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정보개방은 위계질서중심의 기존구조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대신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정보를 추구하는 사람이 권위를
갖게 된다.

이는 혁명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정보개방이 필수적이다.

넷째, 인력을 재산다루듯 소중히 해야 한다.

아시아기업들은 직원들의 새로운 욕구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미국보다
크게 뒤져 있다.

기업주들은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가정을 희생하기를 기대한다.

중간관리자들은 하루 10시간씩 일하고나서도 접대를 위한 술자리에 나가야
할 정도이다.

그러나 오늘날 성공한 기업들 대부분은 인간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5년연속흑자기록을 자랑하는 세계 굴지의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는 윤리,
가치, 인력관리, 직원과 고객및 공급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중요한
경영방침으로 삼고 있다.

가구업체인 허만밀러, 영국의 전문소매업체인 보디샵등도 인력을 적극적
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혁신기업이다.

이들회사들은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돌봐야하는 직원들에게는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식년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기업 모두가 위에서 제안한 내용들을 다 받아들이고 실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는 기업들은 리엔지니어링의 엄청난 효과를 누릴수 있게
될 것이다.

이들은 21세기에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정리=노혜령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