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사절단의 전권대사인 이와쿠라는 미일
친선과 수호통상조약의 개정을 희망하는 메이지 천황의 이름으로 된
국서를 전달한 다음 이번 기회에 조약의 개정에 관하여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랜드는 잘 알았다면서 그 문제는 국무장관과 상의를 해보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와쿠라는 부사 네 사람과 함께 핏슈 국무장관을 찾아갔다.

핏슈는 이와쿠라의 얘기를 듣고 조약 개정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협상에 들어갈려면 먼저 귀국 정부의 전권위임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외교관례라는 것을 몰랐던 그들은 당황했다.

사절단이 일본을 떠나올 때는 조약 개정의 교섭을 해본다는 것이었지,
직접 협상에 들어가 조언까지 성취 시킨다는 계획은 아니었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부디쳐 보니 어쩌면 그게 가능할 것 같지가 않은가. 전권
위임장만 있다면 말이다.

국무성에서 물러나온 그날 저녁 다섯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를
했는데, 기도 혼자만 조약의 개정을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충분한 연구끝에 신중을 기해서 해야지 함부로 덤벼서는 자칫 졸속한
것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네사람은 이 좋은 기회를 놓칠수가 있느냐고, 일을 추진
하는게 좋겠다는 쪽이어서 결국 오쿠보와 이토가 일본으로 되돌아가
전권위임장을 받아가지고 오기로 결정을 보았다.

이튿날 밤 이와쿠라가 혼자 쓰고있는 방으로 야스바가 찾아왔다. 약간
주기가 있는 얼굴이었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오?" 침대에 오르려던 이와쿠라는 도로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저...한가지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뭔데요? 앉아서 얘기해봐요"

야스바는 조심스레 궁둥이를 내렸다.

"다름이 아니라, 저...오쿠보 도노와 이토 도노가 전권위임장을 받아
오시려고 일본으로 가신다지요?"

"그렇소"

"저도 같이 가면 안될까요?"

그러자 야스바는 좀 말하기 난처한 그런 표정이더니,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는 일본으로 돌아갈까 해서요"

"뭐, 돌아간다고요?"

"예" "왜? 무슨 일이 있나요?"

뜻밖의 말에 이와쿠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