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시작한지 벌써 28년이 넘었지만 내 골프 실력은 핸디 10에서
좀처럼 발전이 없었다. 그러던 중 1년전 마침 사내에 골프 클리닉이
생겼다.

과거에 없었던 열성을 갖고 골프의 기본에 대해서 여러 프로들로부터
조언을 들어가며 많은 생각과 실습을 해 본 결과 골프 교본 첫페이지에
나올 법한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결론을 얻었다.

"힘빼고 중심을 확고히 잡는것"이었다.

물론 골프엔 이밖에도 중요한 사항이 얼마든지 있겠지만 이보다는 훨씬
덜 중요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미스샷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중심이 흔들려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항상 엉뚱한 곳에서 찾으려 했었다. 근본을 모르고
결과인 점수만을 너무 의식하다 보니 잔재주에만 신경이 쓰여 그 이상의
발전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문득 세상살이도 이와 같이 살아오지나 않았나 새삼 염려가 된다.

결과에만 집착하는 욕심을 버리고 두엇인가 확고한 중심을 지켰어야
하는건데, 그나마 지위가 높다고 목에 힘주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지는 않았다.

내가 남에게 준 조그마한 것은 오래 기억하면서도 남이 나에게 베풀어준
큰 것은 금방 잊어버리고, 결국 잘된 것은 내탓이요.잘못된 것은 남의
탓이나 재수탓이라고 여겨오지 않았는가.

힘빼고 중심 잘 잡은 사람으로 가깝게는 하잘것 없어 보이는 김밥을 말아
팽생 모은 전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김밥 할머니"가 계셨다.

반면에 일생동안 커다란 명예와 권력과,엄청난 부를 누리고서도 막판에
중심이 흔들려 우리들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위의 두 경우를 한데 묶어 보면 마치 씨름판에서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상대의 중심을 이용해 넘어뜨린 느김이 들어, 나 스스로도 잠시 멈추어
나의 중심을 다시 한번 체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