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달 < 한국종합기술금융 사장 >

2차대전 당시 수백만 부상병의 상처치료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여 전후
처칠이 "연합군 승리의 숨은 공로자"라고 극찬했던 기적의 명약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하고 실험적으로 추출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그러나 이를 실용화하고 특허권을 획득한 나라는 미국이었고, 영국은
페니실린을 사용할 때마다 특허료를 지급해야 했다. 이러한 기술개발결과의
실요화 선점은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드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으나,
2차대전후 국방연구와 기초연구만을 중시했던 미국도 비슷한 실패를 경험
했다.

한 예로 비디오 프로그램을 녹화하여 TV수상기로 다시 볼수 있는 장비개발
에 대한 오랜 열망을 기술적으로 해결한 나라는 미국이었으나, 이를 VCR로
실용화하여 사상 가장 성공적 상품의 하나로 만든 것은 일본이었고 수많은
실용화 성공사례들은 일본의 도약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와 같이 연구개발결과의 실용화는 연구개발의 성공여부를 최종적으로
판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국가적 측면에서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국가 발전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실용화 지원을
강화시켜 가고 있다.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86년 설립된 "국가경쟁력강화
위원회"등을 통하여 민간부문에서 강력하게 제기되었으며 정부차원에서도
부시와 그 뒤를 이은 클린턴정부에서 산업기술의 우위확보가 최우선정책
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재기를 설명하는 한
요인이 될 것이다.

한편 연구결과의 기업화에서 미국과 일본에 뒤졌던 유럽도 새롭게 변모
하고 있다. 영국의 BTG, 프랑스의 ANVAR, 독일의 FhG등 연구개발실용화
촉진기관들이 일찍부터 설립되어 큰 역할을 담당하여 왔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위험을 회피하는 유럽인들의 보수적 기질이 기초기술을 기업화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제한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유럽은 협동연구, 소련기술의 이전 기업화 노력등 고도기술의
기업화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상품화와 연결되지
않는 곳에는 단한푼이라도 연구비를 투자할수 없다"는 벤츠그룹의 바뀐
연구전략은 유럽의 변모하는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개발도상국인 중국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의
SINOTECHMART를 통해 연구결과의 기업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것은 과학기술
개발 결과가 산업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중국 과학기술정책의 대원칙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은 기업화가 고려되지 않는 단순연구에는 정부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기업화가 가능한 기술은 기술시장을 형성시켜 기업이
수시로 활용하게 하며 금융지원까지 함으로써 기술 상품 금융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한편 중국유수의 청화대학내에 대학기술의 기업화를 담당하는 기술개발
총공사를 설치하는등 연구기관내에 기업을 설치하여 기초연구의 기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하이테크 기술의 기업화.국제화를 촉진하는 국가전략차원
의 햇불게획(TORCH PROGRAMME)을 수립하는등 12억 중국의 거대한 잠재력은
연구결과의 기업화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전세계는 연구결과의 실용화에 승부를 걸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신기술 기업화의 중요성에 대한 일부의 주장이 있어
왔으나 아직도 체계적 기업화 노력이 결여되어 있다. 지금은 정부 기업
연구기간 모두가 하나으리 목표를 향해 상호연결되는 범국가적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경쟁력의 강화는 연구결과의 기업화 성공율을 제고시켜 연구개발 활동
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기업화 성공율을 높이는 순기능의 확대재생산을
이루어야 가능할수 있다.

기술패권주의의 신국제질서 속에서 우리가 21세기 기술자립을 이룩하고
선진공업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역방향 기술혁신이 아닌, 연구기관의
창조적 신기술을 기업의 상품화로 연계시키는 순방향 기술혁신을 통하여
기업화 성공율을 높여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기술금융(KTB)내에 설치된 연구개발실용화사업단(CRDC)
같이 기술수요와 기술공급을 연결하여 기업화를 촉진시키는 연결고리 기능의
강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