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유럽연합(EU)은 유럽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밝힌
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자크 들로르 EU집행위원장이 준비한 이 보고서는 "성장 경쟁력 고용-
21세기를 향한 도전과 진로"라는 표제대로 유럽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쟁력상실과 실업증가가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라는 사실을 냉철하게
파헤치고 회원국들이 취해야 할 공동의 치유책을 제시하고 있다.

"들로르백서"라고도 불리는 이 보고서는 유럽경제의 장애요인으로 정부의
부적절한 보호정책등 시장개입,연구개발(R&D)의 상품화실패,지나친 기업
들의 사회보장비부담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따라 회원국정부의 자율화 조치와 역내시장의 완전개방을 통한 경쟁
강화, R&D의 회원국간 협력과 시장화에 대한 지원, 기업들의 비임금비용
경감과 첨단기술교육강화를 통한 노동시장의 탄력성제고등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했다.

"경쟁을 통한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강화가 최우선의 정책"이라고 EU
집행위원회의 클로드 루암 경쟁담당국장은 말한다.

이를 위해 항공운송시장 전화통신시장 전기가스등의 에너지시장등 현재
회원국별로 분할돼 있는 각종시장의 벽을 허물어 역내시장을 통일,민간
기업들의 진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EU계획대로라면 유럽의 단일시장은
거의 모든부문이 97년에는 완전경쟁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에따라 항공료 전화료 에너지료등 각종 시장가격이 크게 내려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럽의 단위거리당 항공료는 미국등 다른 경쟁국에 비해
20%,전화료는 최고 두배까지 비싸다. 루암국장은 "어느 기업도 유럽시장
에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못갖게 하는 것이 EU의 경쟁정책이며 앞으로는
역내시장 개방확대에 따라 이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GEC마르코니사의 패티회장은 이같은 조치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환영했다.

R&D의 상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올해부터 98년까지 1백20억ECU(약
1백50억달러)가 투입될 제4차 공동연구개발계획은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초점을 두면서 연구개발의 결과가 기업(특히 중소기업)
으로 이전되도록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EU집행위원회의 파트리스
라제 과학연구개발국과장은 "이제까지는 공동과학기술정책이 가능한 시장
에서 먼 분야,예를 들면 기초과학분야에 집중해 왔으나 새계획은 이러한
R&D가 기업을 통해 상품화되고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주어지도록 일대
정책전환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EU의 공동과학기술정책은 범유럽기술개발계획인 유레카(EUREKA),
정보통신기술개발계획인 에스프리(ESPRIT)등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여기에 가려 산학연의 협동체제를 강화하려는 브리트(BRITE)정책은 소홀히
해 왔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브리트정책을 강화하고 R&D의 결과를 확산하기 위해 회원국
간 그리고 연구소와 기업간 연구원들의 교류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EU는 이와함께 첨단기술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유럽직업훈련재단등 두개의
관련기관을 올해 신설하고 대대적인 직업교육강화에 나섰다.

유럽전체가 위기의식을 느끼며 새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